[기자의 눈/김현수]‘통신료 1000원 인하’가 남긴 찜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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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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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부 기자
김현수 산업부 기자
“왜 하필 1000원인가요?”

2일 방송통신위원회 브리핑실. 방통위가 석 달 이상 끌어온 ‘통신요금 부담 경감 정책방안’이 발표됐다. SK텔레콤의 휴대전화 기본료 1000원을 일괄적으로 깎는다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어떤 계산법으로 1000원이 나왔는지 물었다. 그래도 올해 3월부터 방통위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부처가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며 논의했으면 뭔가 계산법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즉각 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통신사업자의 투자 여력, 통신업계 3사의 경쟁구도 등까지 감안했다고 다소 엉뚱한 얘기를 했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실무자가 나서 “예전부터 1000원은 깎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 소비자도 체감할 수 있고, 기업도 받아들일 만한 수준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도, 기업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1000원은 양쪽 모두에게 비판받고 있다. 먼저 소비자들은 생색내기에 그친다고 입을 모은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소비자들에게 1000원은 눈에도 차지 않는다. 특히 매달 3만5000∼9만5000원 등 비싼 스마트폰 요금제를 쓰는 사람들에게 1000원은 ‘도무지 체감할 수 없는’ 돈이다.

통신사도 “기본료 인하에 무료문자 제공 등 다른 방안까지 모두 계산하면 연간 75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손실이 예상되지만 생색도 나지 않는다”고 입이 튀어나왔다.

과정도 찜찜하다. 당초 지난달 중순에 발표하려던 방안에는 기본료 1000원 인하 카드는 없었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버럭’ 하며 당초 방안을 퇴짜 놓자 갑자기 생겨났다. 정부가 당의 압력에 못 이겨 SK텔레콤을 불러 ‘돈 깎으라’고 압박한 셈이다. 다른 통신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정치권이 입김을 행사하는 게 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국민의 대표인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합리적인 통신요금 인하를 이끌어낸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기업을 압박해 ‘1000원을 쏘라’고 하는 게 진정 국민이 원하는 일이었을까.

휴대전화 대리점을 갈 때마다 ‘제 값보다 더 준 게 아닐까,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불편한 유통구조, 3사 중심의 폐쇄적인 경쟁구조는 늘 그대로인데 선거철만 되면 1000원 깎아주고 생색내는 게 관례가 될까 두렵다.

김현수 산업부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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