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권효]국립대교수회 ‘철밥통 지키기’ 헌법소원

  • Array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권효 사회부
이권효 사회부
“사립대보다 우월하다는 국립대의 뿌리 깊은 특권의식 때문일 겁니다.”

최근 법인화를 놓고 국립대 내부에서 빚어지는 마찰에 대해 기자가 만난 한 사립대 총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같이 말했다. 사립대와는 달리 재정을 정부에 의존해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얘기다.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회장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공무원 보수규정을 개정해 국립대 교수들에게도 성과급 연봉제를 적용한 것은 학문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27일 헌법소원을 냈다. 일반직 공무원은 1999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규정이다.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되는 사안에 대해 국민 누구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연합회가 국립대 단과대학장 직선제 폐지도 부당하다며 이달 초 헌법소원을 내는 등 헌법소원을 잇달아 제기하는 의도는 쉽게 짐작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법인화를 저지해 보려는 계산에서다.

전국 179개 4년제 일반대 중 국공립대는 27개(교원 1만4000명, 학생 43만 명), 전문대 145개 중 국공립대는 9개(교원 300명, 학생 2만2000명)다. 일반대의 85%(교원 5만6000명, 학생 160만 명), 전문대의 94%(교원 1만2200명, 학생 74만 명)가 사립대다.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사립대가 담당한다.

대다수 사립대는 교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미 성과급 연봉제를 도입했다. 사립대 학생들은 매년 오르는 등록금에 고통을 받는다. 국립대가 그동안 정부 지원 속에 안정된 직장, 낮은 등록금이라는 안락을 누린 것도 사립대의 희생 위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사립대보다는 여건이 훨씬 나으면서도 국립대 교수들이 “성과급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해친다”는 주장으로 헌법소원을 내면서 교과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는 ‘철밥통 사수’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은 “법인화는 정부 규제를 벗어나 국립대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1990년대부터 대학이 먼저 요구한 것인데 거꾸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인화는 정부 조직인 국립대에 독립 법인격을 주는 ‘국립대학법인’일 뿐이다. 법인화가 바람직하다는 교수도 많지만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일부 국립대 교수회가 앞장서 학문의 자유라는 명분만 강조하기보다는 법인화도 국립대가 지역별 거점대학으로 다시 태어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개방적 자세가 국민의 공감대를 모으는 데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