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교식]가출청소년에도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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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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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식 여성가족부 차관
김교식 여성가족부 차관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다. 청소년들을 보면 대견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잘생기고 훤칠한 체격, 교양과 지적능력 등은 대견하다. 반면 청소년 대부분이 학업 스트레스로 비정상적 성장과정을 겪는 일은 안타깝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년 연속 꼴찌다. 이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현재 밤거리를 배회하는 가출 청소년이 20만 명에 이르고, 매년 신고되는 가출 청소년은 2만 명을 넘는다. 청소년의 가출은 개인의 일탈로 끝나지 않고, 폭력과 범죄 등 비행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런 청소년은 학업 중단에 따라 미래 워킹푸어(Working Poor)로 전락하기 쉽다.

가출 청소년의 60.9%는 빈곤가정 출신이고, 가정폭력과 부모 불화 등 가정 요인(59.8%)으로 가출해 더는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지낼 수 없게 된 경우다. 가출 청소년을 보호하는 ‘청소년쉼터’를 자주 찾았는데 이들의 가출은 사실 ‘탈출’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더욱 필요하다. 조금만 관심과 애정을 보여줘도 변화할 수 있다.

내가 만난 한 가출 청소년은 모친의 사망 이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기본적인 생활보장이 되지 않는 상태로 지내다가 결국 척추질병, 우울증, 그리고 대인기피증 등으로 발견 당시 노숙인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청소년쉼터에서 상담과 의료서비스를 받고,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학업능력을 향상시켜 자립의 발판을 마련하였고, 지금은 어린이집 교사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가출 청소년 쉼터는 전국 83곳에 이른다. 쉼터에 들어오면 지역사회 내 청소년 상담기관이나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정서적 지원, 의료 지원, 자립을 위한 학업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가출 청소년에 대한 초기 개입을 위해 이들이 배회하는 거리로 찾아가 지원하는 ‘아웃 리치(out-reach)’ 전담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일시적 보호와 지원만으로는 가출 청소년에게 빈곤과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출 청소년의 장기적인 자립을 위한 적극적인 학업 및 생활 지원이 필요하다.

시민사회에 뿌리를 둔 자발적 지원도 필요하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1388 청소년지원단’은 지역사회 내 위기청소년의 발견 및 보호 지원을 위해 교사, 약사, 택시운전사, PC방 사장 등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조직이다. 상담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880명의 청소년 동반자가 위기청소년과 1대1로 맺어져 최대 6개월까지 청소년의 정서적인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나 지원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

모든 이들이 부모의 마음으로 위기에 직면한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자녀 보호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가정을 위해 지역사회와 정부가 취약청소년을 위한 지원활동을 강화해서 위기를 겪는 청소년들에게 사회가 아직 따듯하고 희망이 있다는 걸 알려 줬으면 한다.

김교식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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