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사이비 언론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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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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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도 짙은 색 양복을 입고 넥타이까지 맨 채 취재를 온 기자는 일단 ‘사이비 기자’가 아닌지 의심하라.” 기업 홍보팀에서 만들었다는 사이비 기자 감별법 가운데 하나다. 사이비 기자일수록 격식과 권위를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보도’나 ‘PRESS’라고 크게 적힌 신분증을 갖고 다니거나, 취재보다 광고나 회사 영업에 더 관심이 많아도 유사(類似) 언론 소속 사이비 기자일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인터넷신문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인터넷신문은 취재 및 편집 인력 3명만 있으면 설립이 가능하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인터넷신문은 2577개나 된다. 지난 2년 동안 1000개 이상 늘었다. 3명 이상의 취재 및 편집 인력을 상시 고용하는 것이 등록 조건이지만 실제로는 ‘1인 인터넷신문’도 적지 않다. 이런 신문들은 콘텐츠가 부실하고 수입원도 없어 사이비 언론 행위에 나서게 된다. 아무리 작은 언론이라도 인터넷 포털에 기사가 뜨면 파급 효과는 무시하기 어렵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어제 자체 사이비언론신고센터에 지난 2개월 동안 접수된 내용을 근거로 프라임경제 등 5개사를 ‘광고주가 뽑은 나쁜 언론’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은 악의적인 보도나 추측성 기사를 빌미로 광고나 협찬을 강요해왔다. 기업 대표나 가족이 관련된 문제를 갖고 기업을 상대로 “어떻게 할 것이냐”며 광고를 요구했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자본시장 탐사보도의 중심’ ‘증권시장 심층정보와 재테크 비결 제공’ ‘대한민국 대표 의료건강신문’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이트만 봐서는 유사 언론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사이비 언론은 광고나 협찬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언론 본연의 자세를 포기하고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다. 언론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인 언론 자유를 악용하는 ‘사회적 흉기’라고 할 수 있다. 외양은 그럴듯한 언론이라도 진실을 왜곡하고 허위보도를 일삼는다면 역시 사이비 언론이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는 인터넷 유사 언론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기업들이 부당한 압박과 협박을 받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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