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중도우파 마음 얻으면 집권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김진표 민주당 새 원내대표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1970년대 경제개발 시대부터 정통 경제관료로 오래 일했다. 17, 18대 국회의원으로 정치 경험도 적지 않다. 김영삼 정부 때 금융실명제 도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재정경제부 차관과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를 거쳤다. 그가 지난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요직을 맡지 않았더라면 지금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됐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듯하다.

민주당은 지난달 경기 성남 분당을(乙)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중도우파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분당을 승리의 주인공인 손학규 대표에 이어 수원 영통이 지역구인 김 의원이 원내대표로 등장함으로써 민주당은 수도권 출신 ‘투 톱’ 체제를 갖췄다. 민주당이 지니고 있는 호남색(色)을 많이 탈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 및 입법을 놓고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대승적으로 협력한다면 민주당을 대안(代案) 정당으로 바라보는 국민이 늘어날 것이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그리고 민주당의 건전한 중도 세력이 당의 중심이 될 때 국민 신뢰는 높아질 것이다. 선진국의 민주진보정당들은 자유민주 및 시장경제 가치의 구현을 통해 총체적 국민이익을 추구한다. 한국의 민주당도 이들처럼 ‘진정한 진보’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단지 반(反)한나라당 연대를 통해서만 정권을 탈환하려 한다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상당 부분 훼손되고 종북(從北)의 굴레에 갇혀 있는 민주노동당을 닮아갈 수밖에 없다. 민노당은 대한민국 번영의 체제적 기반인 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 제도마저 온전하게 인정하지 않는 정당이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통일노선과 거리가 먼 통일을 꿈꾸는 정당이다. 민주당이 이런 정당과 손을 잡고 집권을 바란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민주당이 우리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옹호하는 정당이라면 민노당과의 연대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다. 선거 전략의 측면에서도 민노당 지지층을 얻는 득(得)보다 중도 세력을 잃는 실(失)이 클 것이다.

손 대표에게는 충실한 시장주의자이자 개방경제의 전도사로 일자리와 성장을 위해 땀 흘려 뛰었던 경기도지사 시절이, 김 원내대표에게는 나라 살림을 튼튼히 하고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경제관료 시절이 있다. 두 사람은 그 순수한 초심(初心)을 민주당 정치의 새로운 원점으로 삼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