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치원 의무교육, 공짜 점심과는 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일 03시 00분


정부가 내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 어린이들의 교육과 보육을 의무교육화한다. 현재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합해 9년인 의무교육이 유치원 1년을 더해 10년으로 사실상 확대되는 것이다.

조기교육은 생애 단계별 교육에서 가장 효과가 높다. 2007년 영국에서는 어린이 1명에게 유치원비 2500파운드를 지원하는 것이 성인에게 1만7000파운드를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초등학교 취학 이전의 어린이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 두뇌 발달을 도와주면 나중에 학교 성적이 좋아지고 취업 기회의 확대와 평생 수입의 증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외계층 자녀들에게 좋은 유아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빈곤 탈출을 돕는 바람직한 대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무상으로 실시하는 유아교육과 보육을 2세까지 낮추는 추세다. 이제야 5세 의무교육을 시작하는 우리는 조기 공교육 도입 측면에서 한참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 정부가 유치원비와 어린이집 보육비를 지원하는 것은 무상급식 같은 과잉복지라는 견해가 나온다. 선진국에서 만 5세의 교육비는 대부분 국가가 부담한다. 무상급식을 하는 나라는 OECD 20개국 가운데 핀란드와 스웨덴 2곳에 불과하다. 학교에서 공짜 밥을 먹이는 것과 초중등교육법 및 영유아보육법상 국가가 책임지게 돼 있는 만 5세 교육을 같이 보아서는 안 된다.

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망설이는 젊은 부부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980년 2.82명, 1990년 1.57명, 2000년 1.47명, 2005년 1.08명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가 최근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영유아교육과 보육을 지원해 젊은 부부들이 좀 더 마음 편하게 아기를 기를 수 있게 해주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매년 8000억∼1조1000억 원대의 재정부담이 새로 늘어나는 게 문제다. 정부는 다른 교육 예산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중산층 이상 자녀에게까지 공짜 점심을 먹이는 좌파 교육감들의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만 5세용 교육과정이 현재의 초등교육 과정을 앞당겨 가르치거나 인지학습을 늘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선행학습을 시키려는 엄마들의 열성으로 사교육 개시 연령이 앞당겨질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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