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상근]전교조 문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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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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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 자료를 며칠 전부터 찾았다. 역사적 사실이나 사회 현안을 편향되게 가르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였다.

참고가 될까 싶어 홈페이지(www.eduhope.net)를 검색했다. 결국 전교조에 대한 칼럼을 쓰기로 했지만 주제가 달라졌다. 실망스러운 내용이 많아서였다. 이념과 성향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수준 이하의 문장에 주장을 담는다는 뜻이다.

홈페이지의 알림마당 코너에는 2001년 3월 22일부터 4594건의 글이 올라왔다. 보도자료 기자회견문 논평 성명서의 형식이다. 올해는 38건이다. 3, 4월에 발표한 21건을 출력한 뒤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문제점을 유형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①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는다=시도교육감의 징계 의결서에 드러나듯 당시 징계의 주요 사유로는 해당교사들이 이른바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공소 내용을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3월 6일 성명서)

②문장이 복잡하고 애매하다=이 행사를 준비하는 측은 전국 수많은 초등학생들이 예정된 어린이날 행사가 돌연 연기되고 재난 대피 훈련으로 대신할 경우 학생들의 마음이 어떨지를 생각해보야 할 것이다.(4월 22일 성명서)

③표현이 딱딱하다=일본 문부과학성이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명시하는 내용을 역사와 지리를 포함하는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전반에 걸쳐 기술하고자 확정한 것은 과거 회귀의 심각한 일본 제국주의와 국수주의 잔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3월 30일 성명서)

④조사를 정확히 못 쓴다=한나라당과 교과부가 주5일 수업을 2012년에 전면 실시를 주장한 데 이어 교과부도 상반기 중으로 시행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4월 7일 논평) 교단 분위기를 조성을 위해 수석교사제 제도 도입을 주장하면서도 법률에서는 전문직과의 교류 차단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을 반대하는 모순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4월 20일 성명서)

⑤오자와 탈자가 많다=교원들의 교육활동을 수량적인 등급으로 나누어 성과상여금을 차등지급함으로써 교원 간 갈등과 위화감을 조장하는 데 앞장서고 왔다.(3월 16일 논평) 이러한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교과부 제대로 된 안내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4월 1일 보도자료)

기본을 지키지 않은 표현은 전교조 이름으로 나온 대부분의 글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 외에도 긴 문장, 리듬의 실종, 동어 반복, 의존명사의 남용, 불필요한 접속사 같은 문제가 수두룩하다.

전교조의 창립선언문(1989년 5월 28일)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독재정권과 문교부, 대한교련 등 교육 모리배들은 우리의 참 뜻과 순결한 의지를 폭압적으로 왜곡하고 짓밟아 왔다. 역사의 진로를 막으려는 광란의 작태가 춤을 추고 있다.’

군사정권의 그늘이 남아 있고, 정부가 교원노조 설립을 억누르던 시대 상황을 보여준다. 이제 세월이 흘러 사회 상황도 크게 달라졌고 전교조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대표적인 교원단체로 자리 잡았다.

말과 글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조직답게 수준 높은 문장으로 주장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전문성 확립’이라는 단어는 전교조의 강령 1번에도 나오지 않는가. 오늘 얘기는 전문성 이전에 기본기에 대한 지적이지만.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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