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터 방북, 김정일 변화시켜야 의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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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내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다. 그는 1994년 첫 번째 방북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의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일성의 사망으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한 것은 카터 방북의 성과였다. 그가 이번에는 자신도 참여하는 엘더스그룹의 일원인 유럽의 전직 국가수반 3명과 동행해 김정일을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걸핏하면 미국인을 억류하고 전직 미 대통령을 불러들이는 ‘인질 외교’를 벌인다. 카터는 지난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9년 각각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을 석방시키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지금도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가 5개월째 북한에 억류돼 있다. 전직 미 대통령들을 불러들여 선심 쓰듯 억류자를 풀어주는 북한의 술수에 번번이 당하면 김정일 독재정권의 버릇만 더 나빠진다.

아랍세계에서는 재스민 혁명으로 통칭되는 민주화 열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예멘의 장기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가 국민 시위에 굴복해 퇴진하기로 했다. 시리아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돼 세습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카터는 이번 방북을 통해 김정일에게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반독재 민주화 실상을 깨우쳐 주고 독재는 종식되고야 만다는 경고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전직 미국 대통령이 독재자 김정일에게 바른말 한마디 못하고 온다면 김정일의 내성(耐性)만 키워주게 된다. 카터가 인질만 데리고 나온다면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이름값도 못하는 것이다. 카터의 방북은 핵개발에 매달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김정일을 변화시켜야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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