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官治하다 잘못되면 남 탓, 금융당국 체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국회 정무위원회가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다루기 위해 그제부터 이틀 동안 개최한 청문회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야당 의원들은 감독 소홀이 부실의 직접 원인이라고 공격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잘못된 정책이 부실의 단초였다고 주장하는 ‘네 탓 공방’으로 흘렀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는커녕 책임을 서로 떠넘겨 ‘물 타기’에 급급했다.

저축은행 부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우대조치에서 비롯됐다. 김대중 정부는 저축은행의 예금보호 한도를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높였고 명칭에도 은행을 붙여 예금 불리기를 가능케 했다. 노무현 정부는 대출한도를 80억 원 이상으로 터주는 우대조치로 부동산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이명박 정부의 금융당국도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없앤다고 했지만 추가 부실을 막지 못한 채 부실의 대형화를 초래했다. 그런데도 관치(官治)를 휘두르던 전현직 고위 금융관료들은 청문회에서 궤변과 발뺌으로 일관했다.

부실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 정책을 악용한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에 있다.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 불법·편법 대출을 일삼아 저축은행을 부실로 몰고 갔다. 영업 정지된 부실 저축은행에는 부실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모셔온 금융감독원(금감원) 출신 감사가 있었지만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다.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묵인하지 않았다면 과연 대주주들의 불법 대출과 모럴 해저드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본란은 금감원 출신의 금융회사 재취업의 폐해를 누차 지적했지만 금감원은 ‘전문가 활용’이라고 강변했다. 그 결과가 바로 저축은행의 부실화로 나타났다.

어제 청문회에서 저축은행 피해자대책 모임 대표는 “금감원의 감독 기능을 믿은 게 전부”라며 피해 구제를 호소했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정부 들어서만 3차례에 걸쳐 4조5000억 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올 들어 8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저축은행의 경영 여건은 빠르게 악화돼 추가적인 부실 확대가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 실패와 구조조정 적기를 놓친 탓에 거액의 자금이 더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정책 실패와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로 발생한 저축은행 부실을 언제까지 공적자금으로 메워 줘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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