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기영]청소년 게임중독, 가족만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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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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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장
이기영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장
최근 청소년을 위해 인터넷 게임 셧다운 제도가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의 한 사람으로 반가웠다. 하루에 몇 시간씩 인터넷 게임에 몰두해 있는 아이들을 보며, 또 그런 게임 때문에 꾸짖는 부모를 살해하기까지 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게임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가상의 세계에서 서로 얽혀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상태로 점점 더 게임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게임 만드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셧다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면서 가족의 자율성, 부모의 양육권 침해를 내세운다는 말을 듣고 ‘고양이 쥐 생각한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게임을 만들고 보급하는 와중에 우리 부모들에게 한 번이라도 의견을 물어보았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만들 때는 부모 양육권을 운운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가족의 자율성을 강조한다니 어처구니없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가? 인터넷 게임과 약물, 알코올, 성(性), 소비주의 같은 유혹들이 방문턱을 넘나들며 아이들의 손바닥까지 침범해 시시각각으로 흔들어대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부모라면 안다. 세상의 끊임없는 유혹에서 아이들을 지켜내고자 노력하지만 힘이 부칠 때가 대부분이다. 학업과 갖가지 경쟁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짐작하기에, 아이들이 게임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우리가 자랄 때와는 다르다는 것도 안다. 유행하는 게임을 하지 않으면 또래 사이에서 ‘왕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점점 늘어나는 게임 시간 때문에, 잘 시간에 자지도 않고 게임에 매달리는 것 때문에 매일 아이들과 부닥치며 괴로워하는 부모들이 아무 소용 없는 잔소리를 하고 또 한다. 아니, 이렇게 잔소리라도 할 수 있는 부모라면 그나마 낫다. 많은 부모가 맞벌이하면서 밤낮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사이 아이들은 혼자 시간을 보내며 게임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이 부모 책임이라고 말하기는 쉬울 것이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든 정부든 그렇게 부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 편할 것이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 않은 부모는 없다. 그러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세상이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키우기 위해서는 주위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들에게 보육비를 지원하는 것만이 부모를 도와주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게임 셧다운 제도 같은 보호정책으로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는 것도 부모를 도와주는 것이다. 가정이 건강해지도록 돕는 것이다.

정부와 게임 만드는 사람들은 부모가 양육권을 행사하길 원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과연 그 양육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인가를 동시에 성찰해야 한다. 부모와 가족에게 필요한 도움을 사회와 국가에 요청하는 것, 인터넷 중독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주길 요청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부모로서 양육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며 조건일 것이다.

이기영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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