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상준]전기차 지원책,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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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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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산업부
한상준 산업부
“처음 타면 다들 놀라요. 전기차라서 성능이 나쁠 줄 알았는데 기대 이상이거든요.”

업무용으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블루온’을 사용하는 서울시 맑은환경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전기차 성능은 일반 가솔린 차량과 비교해 별로 뒤지지 않을 수준이 됐다. 이 관계자는 “시속 100km 이상 무난히 달릴 수 있고 승차감도 좋아 직원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전기차를 구입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는 “정부 보조금이 생기고 충전소가 확충된다면 고려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국 전기차 환경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답변이다.

아직까지 전기차는 비싸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전기차 구입 시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준다. 이는 전기차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이 될지 모르는 전기차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충전소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자동차회사와 정부가 손잡고 1000곳 이상의 충전소 구축을 시작했다. 한국이 ‘충전할 전기차도 없는데 무슨 충전소냐’는 인식에 얽매여 있는 사이 외국은 ‘충전소 확충 없이는 전기차 활성화도 없다’는 인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일본에서 7000여 대, 미국에서 2만1000여 대의 전기차가 팔리는 동안 한국에서는 고작 93대가 팔렸다.

전기차로 대표되는 ‘그린카’ 시장의 중요성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전체 시장의 11%에 불과했던 그린카 시장은 2015년 27%, 2020년 40% 수준으로 커질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원이 없으니 전기차가 팔리지 않고, 팔리지 않으니 기술 개발이 뒤처지고, 관련 인프라가 제자리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대로라면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라는 지위를 잃게 되는 건 시간문제인 셈이다.

물론 정부도 지난해 ‘그린카 발전 로드맵’을 통해 일본 미국 등과 같은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2015년 그린카 120만 대 생산, 90만 대 수출”이라는 장밋빛 목표도 밝혔다. 문제는 시점이다.

지원책의 시행 시점은 모두 ‘2012년’이고, 그나마도 ‘예정’이다. 지금 한국의 전기차 기술 수준은 일본 미국에 비해 1, 2단계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설령 정부의 약속대로 2012년부터 지원책이 시행된다 해도, 그때가 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이것이 전기차 지원책이 하루라도 빨리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다.

한상준 산업부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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