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홍찬]공공부문부터 ‘동반성장’ 모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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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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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홍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학에서 20여 년간 학생을 가르치는 동안 한국에서 ‘지방’이 처한 악순환을 절감하게 되었다. 교수 입장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지방 문제는 인재 이탈 현상이다. 우수한 학생일수록 졸업하면 서울로 간다. 고급 일자리가 지방에 없기 때문이다. 울산과 창원을 좌우에 둔 부산이 이렇다면 다른 지방 도시의 사정은 어떨지 불문가지다.

‘수도권 중심’ 정부 인식 바꿔야

기업은 지방에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그 결과 인재 이탈과 일자리 부족이 맞물려 돌아가는 악순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진입에 불리할 것으로 생각해 학생들이 아예 지방대 입학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지방과 지방대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10여 년 전 ‘지방 인력 양성사업’을 정부가 많은 돈을 들여 약 5년간 실시한 적이 있다. 결과는 정책 취지와 정반대로 나왔다. 그 프로그램 수혜자로 고급 교육을 받은 지방대 우수 학생들이 강화된 실력을 바탕으로 서울 소재 일류 기업에 더 쉽게 들어갔다. 지방 현실을 모르는 서울 관리들이 만든 탁상 정책이 지방 인재 이탈을 촉진한 셈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경제성 없다”는 정부 결론도 같은 악순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요가 부족하니 그런 인프라 투자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인프라가 부족하니 수요를 창출할 산업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 지방은 침체를 벗어날 수 없다. 비용 편익 분석에 따른 경제성을 강조하면 주요 인프라 투자는 경제성이 충분한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사람과 물자는 인프라를 따라 모이게 마련이니 지방민 눈에는 지방에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싹을 없애는 것이 바로 경제성 논리에 따른 인프라 투자 정책으로 보인다.

동남권 신공항 취소 직후 정부가 ‘국가철도망 2020’이란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 사업은 전국을 90분대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는 편익이 있기 때문에 타당성이 명백하다고 정부는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서울에 쉽게 갈 수 있는 철도망을 만들겠다는 이 사업을 보는 지방은 더욱 위축감을 느낀다. 이제 모든 것을 서울에 쉽게 가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공항이고 산업단지이고 대규모 인프라 시설은 수요가 불확실한 지방에 만들 이유가 더욱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철도망과 주요 고속도로망은 모두 서울을 정점으로 X자 형태로 건설돼 있다. 따라서 전국 주요 도시 간 연결은 서울을 통해야 빠르다. ‘국가철도망 2020’은 사람과 물자를 서울로 더욱 모으게 될 것이다.

정부가 11조 원을 들이기로 하고 착공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망(GTX)까지 수도권 인프라 투자에 가세하면 사람과 물자는 더욱 수도권에 집중될 것이다. 물류와 인력 수급 면에서 불리한 지방 기업은 수도권 기업과 경쟁할 수 없게 된다. 이 두 사업은 수요 기반이 충분한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것인 만큼 경제적 타당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지, 경제성 평가 결과 ‘비용 편익 지수’가 얼마로 나왔다는 것을 언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경제성 평가는 지방 국책사업에만 시행하는 것으로 지방 사람들은 생각하게 된다.

경제 논리만 따지면 지방 못살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생산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00년 1800만 명에서 2030년 1300만 명 수준으로 28%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를 되돌리지 못한다면 행정수도를 옮기려는 무리한 계획을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를 지방 사람들이 다시 평가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부문 대기업에 동반성장을 압박하고 있다. 똑같은 동반성장 정신으로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시행해야 할 정책이 바로 균형발전이다. 수도권이라는 개념과 현상이 선진국 수준 국가에는 없다. 한국 역시 선진국이 되려면 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전홍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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