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광옥]산불 예방, 온 국민이 함께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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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옥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변광옥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나무를 심는 것만큼 잘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는 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큰 재앙을 당한 바 있다. 2008년 8월 그리스에서 발생한 산불로 수십만 ha의 산림이 소실되고 찬란한 고대 올림픽 유적들이 불타버려 세계인의 아쉬움을 산 바 있다. 이뿐만 아니다. 2009년에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중국 등 어느 대륙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산림자원과 문화재 소실, 그리고 엄청난 재산과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2005년 강원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이 백두대간의 미림(美林)인 소나무 숲을 태워버렸고 천년고찰 낙산사마저도 화마가 삼켜버리는 아픔을 경험한 바 있다. 이처럼 대형화되어 가는 산불 피해를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라 대기 중 습도가 낮아진 것이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기 중 습도가 낮은 봄과 가을에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 이 기간만 되면 전국의 산림 관계 공무원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다. 연중 가장 활동하기 좋은 봄과 가을에 이렇게 생활하니 공직 기간의 절반은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軍) 생활에서나 경험했던 지휘체계 점검이며, 담당지역별로 지형 파악은 물론이고 산불 경계요원 배치에 이르기까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근무상황이 벌어진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대책을 강구해도 최근 10년간 연평균 40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해 많은 산림자원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의 발생 횟수가 늘어나고 대형화되는 것은 온난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동안 열심히 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어 역설적으로는 산림이 좋아졌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40여 년 전에는 헐벗어 불에 탈 나무조차 없던 산이 울창한 숲으로 바뀌면서 우리나라도 산불이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 이렇게 대형화되는 산불의 발생 원인 중 하나가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들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것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산불 예방의 중요성이 더해 가고 있다. 산이 울창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고 그 숲을 찾아 떠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 산불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국의 힘만으로는 국토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40만 ha의 산림을 지켜내기가 어렵다. 우리 국민 모두가 산림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함께 동참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독일을 여행하면서 경험한 일이다. 숲 속 길을 달리던 자동차에서 함께 탔던 승객 중 한 사람이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무심코 던진 일이 있었다. 이를 본 운전기사가 차를 바로 세운 뒤 담배꽁초를 주워 휴지통에 담으면서 담뱃불이 산불을 발생시키는 주 원인이라고 강한 어조로 질책하는 것을 보고, 이러한 관심이 독일을 산림 부국으로 만든 원천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 바 있다. 바로 이것이다. 국민 모두가 이와 같은 정신으로 무장한다면 울창한 우리 숲을 산불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산을 찾는 사람 대부분이 산림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있지만 작은 씨앗 한 톨이 자라서 울창한 숲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세월이 걸리는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100년을 지켜온 산림이 한순간 산불로 소실되면 복원되기까지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곧 자연의 법칙이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후손에게 대물림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숙된 국민 의식으로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숲을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변광옥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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