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석우]日 방사능 오염수 방출 국제법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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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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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생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집중폐기물 처리시설에 고인 물과 원전 5, 6호기 주변에서 퍼 올린 지하수 등 방사능 오염수 1만1500t을 도쿄전력이 4일 오후 바다로 방출하면서 이례적인 일본 돕기 성금 모금 운동,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의 기술 및 공표에 이어 한일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일본이 최인접국인 한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방사능 오염수를 대량 방출하면서 사전 협의나 통지가 없었다는 사실은 양국이 모두 체약 당사국으로 있는 주요 다자 조약의 관련 규정 외에도 일반 국제법 이론에 비추어 볼 때 향후 양국 간 관계 설정에 많은 아쉬움이 있는 대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농도의 오염수를 퍼 담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 “선박과 비행기에서의 해양 투기는 금지되지만, 육상시설에서의 방출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법리적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선진국 일본의 국격을 의심하게 한다.

유엔 해양법협약은 제194조에서 각국은 자국이 가지고 있는 실제적인 최선의 수단을 사용하여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 경감 및 통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하의 활동이 다른 국가와 자국 환경에 오염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해양환경의 모든 오염원을 대상으로 하며 육상오염원, 특히 지속성 있는 유독·유해물질의 배출을 극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포함한다.

또 제198조는 어떤 국가가 해양환경 오염에 피해를 볼 급박한 위험에 처하거나 피해 상황을 알게 된 경우 그 국가는 그 피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는 다른 국가에 신속히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 오염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된 1972년 국제 협약(런던 협약)의 1996년 의정서(런던 의정서)는 제3조 포괄적 의무에서 체약 당사국은 해양에 투입된 폐기물이나 그 밖의 물질이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투입된 물질과 그 영향의 인과관계에 결정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환경 보호를 위하여 적절한 사전 조치를 취하는 예방적 접근 방식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제8조 예외규정에서는 폐기물이나 기타 물질의 투기 및 해상 소각 금지와 관련하여 투기나 소각이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그 피해가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적다는 확실성이 있을 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과연 일본의 이번 방사능 오염수 대량 방출 조치가 그 어떠한 대안도 강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인지는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이번 방사능 오염수 대량 방출 조치가 이러한 조약 규정의 위반인지 여부는 국제협력 의무, 사전주의 의무 등 일반 국제법상의 의무 위반과 결부돼 일본의 국가 책임을 논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즉, 이번 방출 조치로 인한 한국 관할 해역에서의 방사능 오염 물질 검출 문제, 오염수 방출과 해양 오염 간의 인과관계 부재에 대한 일본의 입증 책임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이번 사태는 상당히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일본의 조치와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 요청 및 현장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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