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과 市場에 빨대 댄 政·官·法부패 끝은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국회의원들이 당선무효 요건을 완화하고 정치자금은 대폭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제 논에 물대기가 가관이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배우자의 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무효 기준을 벌금 300만 원 이상에서 700만 원 이상으로 바꾸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의 부인은 벌금 500만 원을 확정 받았지만 경과규정 없이 이 법안이 통과되면 김 의원은 내년 출마가 가능해진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위력을 발휘해 변호사 일자리를 1000개 이상 늘리는 준법지원인제 법안을 기습 통과시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지만 의원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선거법 위반에 대한 벌금 100만 원(후보자)과 300만 원(배우자와 선거사무장)은 의원직 유지와 상실을 가르는 기준선이다. 현행법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출마가 제한되는 의원을 법 개정을 통해 구제한다면 이는 사법부의 재판권을 짓밟는 입법이다. 의원들이 입법권을 자신들의 비리와 부패를 합법화하는 데 악용한다면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상층부는 거대한 부패사슬이라는 개탄이 나온다. 전 정권 말기와 현 정권 초기에 국세청장을 지낸 한상률 씨가 미국에서 23개월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국세청 현직 간부들은 10개 기업을 압박해 ‘자문료’ 명목으로 받아낸 5억여 원을 그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미국에 숨어 살며 한국에도 못 들어오던 사람이 기업에 무슨 자문을 한단 말인가.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대법관 퇴임 후 연간 100억 원까지도 벌 수 있다는 로펌에 가는 대신 대학으로 간 것이 미담이 됐을 만큼 사법부에는 전관예우(前官禮遇)가 만연하다. 전관예우는 시제(時制)만 미래형으로 연기한 전형적인 판검사 부패다.

국세청과 사법부, 검찰과 경찰, 각종 규제 및 허가권을 가진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나라의 강고한 갑(甲)이다. 경험이 많은 어느 기업인은 “이들이 을(乙)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에 빨대를 대고 돈을 거둬 윗사람들에게 전별금, 자문료, 떡값으로 전하는 관행이 공직사회에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걸려든 공직자가 집무실에서 뇌물을 받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나 ‘그랜저 검사’ 같은 사람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공직사회의 부정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작년부터는 공정사회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그렇다면 정관계(政官界)와 법조계는 공정사회의 예외지대인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