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다피처럼 김정일의 ‘국민보호 책임’도 물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유엔의 리비아 사태 개입은 자국민을 대규모로 살육하는 반인륜 범죄를 응징하는 귀중한 선례(先例)를 만들어냈다. 유엔은 ‘국민보호 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개념에 따라 처음으로 회원국 내부 분쟁에 무력 개입을 했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민간인 학살을 저지하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이 리비아의 주권보다 우월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보리가 결의 1973호를 통해 천명한 국민보호 책임은 한 국가가 자국민을 상대로 집단학살 인종청소 전쟁범죄 반(反)인륜범죄를 자행할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해 억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주창해 2005년 9월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말로는 생명과 인권존중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국가마다 이해가 엇갈려 대량학살을 저지하지 못했다. 종족 분쟁으로 1994년 르완다에서 50만 명이 학살됐고, 2003년 수단 다르푸르에서 30만 명이 살해됐다. 1992∼95년 보스니아전쟁 때도 무자비한 인종청소가 자행됐다.

역설적이지만 오만방자하고 인명을 경시하는 카다피가 국제사회를 각성하게 만들었다. 유엔의 리비아 사태 개입에 따라 자국민을 탄압하는 독재자는 설 땅을 잃게 됐다. 반인륜범죄를 저지른 독재자에 대한 처벌 사례도 늘고 있다. 공소시효도 없다. 인종청소를 주도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은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돼 재판을 받다 숨졌다.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쫓기는 신세다.

유엔의 카다피 응징은 북한 김정일에게 보내는 경고다. 김정일은 북한 전체를 사실상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어 주민을 탄압하면서 수백만 명을 굶겨 죽였다. 지금도 정치범 수용소에는 15만 명이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하나같이 단죄를 받아 마땅한 반인륜범죄다. 북한에서 리비아처럼 반독재 민주화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김정일이 카다피처럼 군대를 동원해 시위를 저지하고 학살을 자행한다면 국제사회는 국민보호 책임에 따라 무력응징에 나서야 한다.

우리도 김정일에게 국민보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말보다는 행동이 필요하다. 당장 국회는 북한인권법 채택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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