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리비아 戰場에서도 신뢰 쌓는 한국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군과 무아마르 카다피 친위군 사이에 내전이 한창인 리비아에서 외국 기업들이 서둘러 철수하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한국 건설업체의 일부 필수요원들은 공사 현장에 남았다. 우리 근로자 1341명 중 자발적으로 남은 79명은 사태가 진정된 뒤 공사를 바로 재개할 수 있도록 발주처와의 업무 협의를 계속하고 현장 자재와 중장비, 서류를 지키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우리 근로자들을 인근 유럽 국가로 대피시키면서 함께 일하던 인도 이집트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 제3국 근로자들도 데려갔다.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항공권까지 마련해준 기업도 있다. 상당수 외국 건설사가 자국 근로자 철수에만 관심을 쏟은 것과 대조적이다.

전장(戰場)에서도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지키는 한국 기업들은 발주처 및 지역 주민들에게 신뢰를 쌓아 ‘건설 한국’의 이미지를 더욱 높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국적을 초월한 공동체 정신을 지켜본 외국 근로자들은 한국 건설업체에 더 호감을 갖게 될 것으로 믿는다. 2003년 이라크전쟁 때도 일부 국내 건설사는 전세기를 동원해 제3국 근로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감동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 복귀해 공사를 차질 없이 끝내는 데 도움이 됐다.

기업과 국가 사이에 신뢰관계는 중요하다.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보여준 태도는 나중에 상황이 호전됐을 때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1989년 중국의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많은 외국 기업이 중국을 빠져나갈 때 상당수 한국 기업이 중국에 잔류한 것은 이후 한중(韓中) 교역을 비약적으로 키운 한 요인이 됐다. LG화학은 1996년 중국 닝보(寧波)에 가전제품 및 자동차 부품용 ABS수지 생산법인을 설립했으나 이듬해 한국의 외환위기로 기로에 섰다. 이 회사는 고심 끝에 현지 투자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결정해 중국 측의 마음을 샀고 오늘날 ABS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게 됐다. 기업 경영에서 위기야말로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리비아 공사 현장을 지키는 것은 해당 회사 못지않게 리비아 국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카다피 친위군이나 반정부 시위군이 우리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 해당 기업과 한국 정부는 우리 근로자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협조 체제를 가동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