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권위의 간접 체벌 반대, 교육 포기 부추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초 도구나 신체를 사용하는 직접 체벌은 전면 금지하되 ‘학칙에서 정하는 훈계·훈육 방식’의 간접 체벌은 허용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일부 좌파 교육감이 학생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서둘러 체벌금지 조치를 강행한 뒤 교육현장에서 학생 통제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교과부가 절충안으로 내놓은 것이 간접 체벌 허용이다. 간접 체벌은 체벌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긴 하지만 매를 대는 체벌과는 다르다.

교과부는 입법예고 절차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의견을 구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어제 간접 체벌도 학생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천명했다. 인권위는 “도구나 신체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체벌이 안고 있는 인권 침해적이고 비교육적인 요소가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과부 개정안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식이라면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꾸지람을 해도 학생의 명예를 훼손하고 감정을 상하게 했으므로 인권 침해라는 판정이 나올지 모른다.

학부모 가운데는 모든 형태의 직접 체벌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다. 직접 체벌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간접 체벌까지 안 된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간접 체벌까지 금지하는 것은 학생이 뭘 잘못하더라도 교사는 보고만 있으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지역 교사들의 96.9%가 “체벌 금지로 학생교육 및 생활지도 등 교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학생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면서 교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교사가 스스로 학생 지도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도 걱정스럽다. 한 교사는 “예전에는 학생들을 어떻게든 지도하려 했지만 이젠 애들에게 당할까봐 그냥 둔다”고 말했다.

신체와 정신이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은 어른처럼 술 담배를 해서도 안 되고 포르노도 금지된다. 학생이 성인과 같은 권리를 향유할 수는 없다. 게임중독 학생에게는 컴퓨터 사용을 금지하는 벌을 내릴 수도 있다. 학생이 잘못하면 교사가 벌을 주어서라도 바로잡아야 옳다. 학생의 잘못을 계속 방치하면 그 학생이 평생 후회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 학교에서 간접 체벌마저 불가능해지면 교육을 포기하는 교사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인권위가 이상(理想)에 사로잡혀 비현실적 결정만 내리기 때문에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 인권위는 이 문제를 좀 더 깊이 고민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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