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구본학]보안조사, 군기잡기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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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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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학과 교수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학과 교수
지난달 9일 결렬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의 언론보도를 둘러싸고 실무회담 대표는 물론이고 이를 폐쇄회로(CC)TV를 통해 지켜본 관계자들을 상대로 보안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당시 북한 측은 우리 언론에 보도된 북측 대표의 ‘저자세’ 등 회담전략과 발언 내용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된 것을 문제 삼았는데, 누가 그런 보안사항을 언론에 누설했느냐를 색출하기 위한 조사라고 한다.

책임 전가 北전술에 끌려가서야

국가의 모든 정보가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정보공개가 국익에 심각한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을 경우 공개가 제한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도한 정보의 통제 또한 엄청난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북한과의 협상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협상의 주요 의제와 우리의 전략, 북의 전략 등이 언론에 공개될 경우 남북협상에 개입될 수 있는 정치적 꼼수를 체크할 수 있는 이점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국가 이익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따라서 당국은 국민의 알 권리와 국가 이익 사이에서 냉철한 판단으로 정보공개의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 남북대화에서 보안사항들이 사전에 종종 유출됐다. 대북 쌀 지원 규모가 사전에 유출될 경우 우리 협상대표들의 입지가 약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에는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으로 알려진 부흥계획(가칭)이 언론에 알려져 관련자들이 홍역을 치렀던 적도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열상장비의 성능이 공개됐고, ‘아덴 만의 여명작전’ 때는 군사작전까지 언론에 공개됐다. 심지어 비공개를 전제로 제공한 정보가 정치인의 입을 통해 공개되기도 한다.

지난번 군사실무회담 결렬에는 우리 언론의 과도한 정보공개도 한몫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협상을 결렬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온갖 억지수단을 동원해 협상을 결렬시키고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북한의 기본전술이다. 당시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북한이 우리가 요구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보였을까. 그럴 가능성은 추호도 없다. 북한이 언론보도를 문제 삼은 것은 협상을 결렬시키기 위한 수단이자 책임을 전가한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응해 정보 누설자를 색출한다면 앞으로 우리 협상대표의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실무담당자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정보 누설자를 색출해 처벌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단순한 내부 단속을 위한 군기잡기로는 곤란하며 정보를 철저히 관리하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효율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사후약방문 식의 정보 누설자 색출과 처벌은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라기보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누구든 보안사항을 접할 때 업무와 관련해 취득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서약한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의문이다. 이제 군사기밀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업무상 취득한 군사기밀을 제3자에게 누설하지 못하게 하는 보안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국익과 알권리의 조화 고민해야

보안사항 공개와 관련해 무엇보다 담당자의 철저한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담당자를 교육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보안사고는 당사자가 보안규정을 몰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보안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윗선의 지시나 사회적 친분관계로 인해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마디로 방심에서 초래되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국가 이익의 경계에서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치 판단과 철저한 책임의식이 수반돼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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