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진보교육감의 시험 선택권, 이게 학생에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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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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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교육복지부
최예나 교육복지부
진보교육감들이 또다시 ‘시험 선택권’이란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다음 달 8일 초등학교 3∼5학년과 중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치르지 않거나 일부 과목만 보도록 교장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진단평가는 전국공통시험을 통해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의 이해 정도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초등학교에 3∼5학년이 보는 진단평가는 국어와 수학만 대상으로 한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나머지 과목은 4∼5학년에 한해 학교별로 결정해 9일 이후 시행하도록 했다.

강원도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은 시험 시행 여부와 과목 수, 시험지 종류를 교장이 정하게 했다. 전남도교육청도 공통문제지를 쓸지, 학교가 자체 개발한 진단평가지를 사용할지 교장이 결정한다. 전북도교육청은 전국 공통문제지가 담긴 CD를 배포해 교장이 시험 시행 여부나 방법을 정하게 했고, 경기도교육청도 비슷한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교육감들이 일선학교에 시험 선택권을 보장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학교 1, 2학년이 보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행 여부를 학교에 맡겼다. 그에 앞선 7월에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시행을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을 빚었다.

진보교육감들은 이런 시험들을 일제고사라 부르며 매우 부정적이다. 시험결과가 학교성과급에 반영되면서 획일적인 줄 세우기나 학습 경쟁을 부추긴다고도 주장한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그간 펼쳐온 주장과 비슷하다. 전교조는 7월로 예정된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한 투쟁계획을 진보교육감 지역을 중심으로 세우고 있다. 교과부나 교육청과의 단체교섭 10대 과제에는 ‘일제고사 폐지 등 교사의 평가권 보장’을 포함시켰다. 또 2008년 이후 해마다 일제고사 거부 운동을 벌여 일부 교사가 징계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이념적 활동의 여파로 진보교육감 지역의 학생들은 학습수준을 평가받을 권리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학습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이전보다 올라갔는지 떨어졌는지, 다른 시도와 비교하면 어떤지를 특정 지역 학생만 알 수 없게 된다.

지난해 7월 학업성취도평가가 시행되던 날, 체험학습 장소에서 만난 초등학생이 생각난다. 이 학생은 “아빠가 전교조라 일제고사에 가지 말라고 해서 여기 왔어요. 중간·기말고사 보기도 귀찮은데 일제고사 안 보면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시험이 만능은 아니지만, 시험은 모두 부정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건 과연 교육적일까.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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