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재훈]젊은층 없는 고령사회는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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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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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성균관대 의대 교수
임재훈 성균관대 의대 교수
자식이 없는 70대 노인 부부가 시골 마을에서 개 한 마리와 살고 있다. 논 두 마지기에 밭 한 뙈기가 있어 그런대로 젊어서는 농사지으며 살았지만 나이 들어 기운이 없어지자 궁핍해졌다. 보리밥에 김치가 그 집의 1년 열두 달 식사였다. 집은 적막했고 두 노인이 오전과 오후 번갈아 어슬렁거리다 밤이 되면 불도 없이 깜깜하다. 집이 낡고 청소를 하지 않아 방에서는 냄새가 났다. 동네 사람들도 거의 방문하지 않았다. 깡마른 개는 먹을 게 없어 밖으로 먹이 찾으러 나갔다가 다른 동네에 가서 굶어 죽어 그나마 식구가 하나 줄었다.

노부부 중 할머니가 먼저 죽었다. 죽은 지 이틀 만인가 동네 사람 몇이 거들어 뒷산에 묻으며 막걸리 몇 잔을 무덤에 부어 주었다. 두어 달 후 할아버지도 죽었는데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다가 옆집에서 냄새 때문에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 몇이 시신을 가마니에 말아 지게에 지고 가 할머니 옆에 묻어 주었다.

새해 들어 100세 이상 사는 고령화 시대가 곧 온다고 야단이다. 40세 전후인 사람 중 거의 절반이 100세까지 살 거란다. 장수는 축복이다. 그러나 건강하고 생활 걱정이 없어야 축복이지 병으로, 치매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100세를 산들 무슨 축복인가.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국가 재정난과 국민연금 고갈이 우려되고, 노인들을 부양해야 할 자녀들도 늙어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퇴직한다는데 이들은 또 누가 돌봐 줄 것인가. 저출산 100세 시대는 국가나 우리 모두에게 재앙이다.

정부는 여러 가지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다. 출산 보조금을 주고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무상보육과 무상급식도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아이를 안 낳는 데는 경제적 어려움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임신과 양육 과정에서 생기는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부담, 가정과 직장생활 사이에서 오는 갈등과 함께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등 때문이다. 부부 둘이 살아가기도 버거운데 자식 양육과 교육 때문에 갈등과 고통을 겪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가족관 때문에 아기 갖기를 꺼리는 젊은이가 많다. 이들에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아이를 낳겠는가. 출산 장려 정책은 가족관이 변한 데 바탕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고령사회의 희망은 젊은이다. 아이를 낳는 일은 축복이다. 첫울음을 터뜨리고 고물고물 움직이는 갓난아기를 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보라. 세상을 처음 쳐다보는 순간의 아기 눈을 보라. 아기가 식구들을 쳐다보며 방긋방긋 천사같이 웃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가정은 가족 간 사랑과 기쁨과 행복을 나누는 곳이다. 그들이 젊은이가 되어 일터에서 힘차게 일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라. 그들의 합창소리를 들어보라. 그들의 끓는 피가 국가를 지키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세상을 움직이며, 이들이 품고 있는 이상이 우리들의 희망을 꽃피우게 한다. 젊은이들이야말로 삶을 풍부하게 하며 인류의 역사를 끌어가는 원동력이다. 그들이 우리의 노후를 받쳐주고 보듬어 줄 아들과 딸이다.

자식 없이 늙어 쓸쓸한 빈집에서 강아지도 못 키우는 쇠잔한 모습으로 몸이 아파 눕는지도 모르게 죽어 사라지는 외로운 일생을 생각해 보았는가. 서두에서 설명한 모습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재앙을 막는 방법은 출산을 장려하는 일 외에는 없다. 어렵더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기쁨과 행복과 보람이 따른다는 걸 젊은이들이 알아야 한다. 젊은이들이여, 용기를 내라. 아기 낳는 것은 축복이다.

임재훈 성균관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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