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없애면 누가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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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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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교육복지부 기자
최예나 교육복지부 기자
“학원 가지 말고 학교에서 공부하라는 것도 강제적인 겁니까? 공교육 정상화시키겠다는 교육감이 결국 학생을 학원으로 내몰게 생겼으니 답답합니다.”

서울 A고 교감은 “공교육 강화를 위해 방과후 학교, 야간자율학습 확대 등 신년 계획을 열심히 세워뒀는데 물거품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2월 말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낸 공문 탓이다. 2월부터 방과후 학교나 자율학습에 학생을 강제로 참여시키거나 0교시를 운영하면 종합감사를 하고 예산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통보였다.

서울뿐 아니다. 진보 교육감이 있는 다른 5개 시도도 강제적인 방과후 학교 및 자율학습, 0교시를 금지했다. 학생인권조례의 주요 조항인 동시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육과학기술부 및 시도교육청과 진행 중인 단체교섭 요구안의 조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북도교육청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 전 보충수업을 하는 고교에 행정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학생인권조례로 강제적인 방과후 학교,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금지한 경기도교육청도 최근 장학지도를 실시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0교시와 방과후 학교 강제, 오후 7시 이후 수업을 금지하는 ‘신학력 신장방안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전남도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도 같은 내용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강제적인 방과후 학교, 보충학습, 0교시는 선행학습으로 공교육을 파행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선 학교는 이 지침이 오히려 사교육 열풍과 학력 저하를 가져올 거라고 우려한다. 경기도의 B고 교감은 “공교육 정상화의 관건은 학교 공부만으로도 성적이 향상되느냐 여부에 있다. 학교에서 강제로라도 공부를 시킬 수 없다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격차에 따른 역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C여고 교감은 “강북은 학생들이 학원에 갈 형편이 안 돼 학교에서 강제로라도 방과후 학교를 안 하면 학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강원 D고 교감도 “공교육 의존도가 높은 지역적 특성상 방과후 학교가 위축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제도라도 강제 시행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학력 향상을 위한 대안 없이 무조건 학생을 풀어준다면 공교육을 포기하라는 말과 뭐가 다를까. 학생과 학부모가 관심을 쏟는 성적을 학교가 올려주지 못한다면 학원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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