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의경 아들 둔 부모 마음 생각해봤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고참들의 기수와 이름을 제한시간 안에 외워야 한다고 명령해놓고 지키지 못하면 구타를 했다.” “이름 대신 욕설로 부르면서 관등성명을 대도록 했다.”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307전경대를 집단 이탈한 신참 동기생 6명이 이런 가혹행위를 폭로한 뒤 복귀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청이 10일 ‘가혹행위 근절 고강도 대책’을 밝힌 지 2주 만에 일어난 일이다.

307전경대 신참 6명은 전경버스 안에서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붙이지 못한 채 정면만 바라보는 일명 ‘잠깨스’라는 부당한 얼차려도 수시로 받았다. 그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또 매를 맞았다. 이 전경대는 2005년 6월 알몸신고식 사진 인터넷 유포와 같은 해 7월 전경 3명의 잇단 탈영으로 물의를 빚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조사를 받고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이니 경찰 지휘부는 도대체 근절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해에는 충남지방경찰청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의무경찰이 숨지기 전 암기사항을 외우지 못했다거나 병 때문에 죽을 먹게 해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사건도 있었다. 전·의경 사이에 왜 이런 고질적인 가혹행위가 잔존하는지 근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경조직에서 그 정도는 약과라고 할지 모르지만, 매타작을 예사로 하던 과거의 군대문화를 답습할 수는 없다. 신세대의 의식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엄한 기율은 필요하지만 구타 폭행은 범죄에 해당한다. 신세대에 걸맞은 통솔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307전경대 해체, 지휘관 문책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고가 터질 때마다 나왔다가 흐지부지되는 구닥다리 대책 같아 신뢰가 가지 않는다. 군대에서는 분대장 외에 병사 간 명령 지시가 금지된 지 오래다. 경찰 지휘관은 자기 좀 편하겠다고 고참에게 내무생활을 맡겨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가혹행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식을 경찰과 군에 보낸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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