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성우]따라가면 낭패보는 도로표지판 알기쉽게 바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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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서 올림픽대로로 진입해 본 적이 있는가? 왼쪽 차로에는 오른쪽 화살표로 종합운동장으로 간다는 표시가 있고, 오른쪽 차로에는 왼쪽 화살표로 여의도 방향이라고 씌어 있다. 특정 방향으로 가려면 차로를 바꾸라는 표시인데 액면 그대로 보면 왼쪽 차로에서 우회전을 하고, 오른쪽 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라는 뜻이 된다. 많은 운전자들이 사고 없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한국은 서양과 달리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를 가지고 있다. 즉,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직접적인 언어 표현보다는 주변 상황을 많이 고려해서 이해한다. 그래서인지 표시는 대충 해놓고 해석은 운전하는 사람이 알아서 적당히 하라는 도로표지판이 많은 것 같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서울 코엑스 인근 영동대로도 혼란스럽긴 매한가지다. 도로표지가 양치기 소년 같다. 1차로를 가다 보면 직진이 안 되는 좌회전 차로라는 표시가 있다. 그런데 20m도 채 못 가 그 차로가 직진 차로라는 표시가 나온다.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려고 하다가 차로를 바꾸게 되고 끼어들다가 교통흐름을 방해하게 된다. 이는 교차로 부근에 좌회전 차로를 추가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부가적인 좌회전 차로는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그런데 부가적 차로가 있다는 표시가 개발돼 있지 않아 혼선을 유발하고 있다. 좌회전 표시와 직진 표시를 띄어서 나란히 표시하면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직진과 좌회전을 모두 할 수 있는 직좌 표시와도 쉽게 구분된다.

서울시내 주요 간선도로의 방향 표시도 마찬가지다. 올림픽대로는 종합운동장이나 김포공항 방향이라고만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종합운동장으로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문객에게 길을 설명하려면 표지판을 다 외우고 있어야 한다. 간단하고 명확한 방법은 그 길이 동서남북 어떤 방향으로 가는 길인지를 표시해 주는 것이다. 출입구도 번호로 지정해 준다면 처음 운전하는 사람에게 설명하기 쉬울 것이다.

한남대교 남단의 예처럼 우회전 차로라는 표시와 우회전을 하려면 차로를 바꾸라는 표시가 동일하게 돼 있어 혼란스럽다. 차로를 바꾸라는 표시는 꺾어진 화살표의 가로 부분을 더 길게 하고 각도를 다르게 하면 우회전 차로라는 표시와 차별화할 수 있다. 도로표지판은 친절하고 명확해야 한다. 한때의 유행어처럼 ‘그까이거 대충’ 알아서 가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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