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11년 1월 워싱턴의 50星對5星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요즘 미국 백악관 주변과 워싱턴 시내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함께 걸린 중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로 붉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중국 정부가 만든 국가이미지 광고는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의 전광판에서 강렬한 빛을 쏟아내고 있다. 18일 중국 지도자로는 14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마중 나온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부부의 극진한 영접을 받았다. 미국이 대만 국가(國歌)를 중국 국가로 소개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2006년 후 주석의 공식 방문 때와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21세기 첫 글로벌 경제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킴으로써 글로벌 영향력을 팽창시켰다. 이 주요 2개국(G2)이 당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향후 세계 질서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글로벌 경제 불균형, 핵과 군사적 분쟁,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현안은 G2의 협력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두 나라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합의에 이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후 주석은 서면으로 발표된 도착 성명에서 “국제 정세 변화가 복잡한 상황에서 두 나라는 공동의 이익도 많고 함께 져야 할 책임도 늘어나고 있어 상호 협력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미국과 서로 존중하고 호혜공영의 기초에서 양국 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두 나라의 대등한 관계 설정을 은연중 강조했다. 중국은 무역과 금융, 국제정치와 기구에서 중국이 새롭게 주도하는 틀 안으로 세계를 끌어들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0개 별이 그려진 미국 성조기는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신봉하는 자유세계를 대표한다. 반면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에 그려진 다섯 개 별이 주도할 세계 질서가 어떤 것일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이 원하는 바가 13억 중국인의 번영과 이를 보장할 아시아 안정이라면 북핵 문제 해결에서부터 G2로서의 자격을 보이기 바란다. 중국이 북한을 비호하고 영토문제로 이웃나라를 위협하며 원자재 확보를 위해 독재국가를 도울수록 세계는 중국을 경계할 것이다. 중국은 동양문명의 중심 국가로 빛을 발했던 대국(大國)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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