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채규대]투기자본 막아낼 경제대책부터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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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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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대 경제·노동 평론가
채규대 경제·노동 평론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그리고 작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갈등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11년 해외 10대 트렌드’에서도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갈등 지속’이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가.

오늘의 환율전쟁은 미중 간 무역불균형의 악화로 시작됐다. 중국은 미국 무역적자의 50%를 점유한다. 이로 인해 미국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약 3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중국 경상수지는 3분기 기준 연 3100억 달러 흑자이고 외환보유액은 2조6000억 달러로 각각 세계 1위다. 국내총생산(GDP)도 세계 2위에 올라섰다. 그럼에도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위안화 절상(환율 하락)을 막고 있어 위안화는 25∼40%가 저평가됐다. 그래서 중국산 제품은 세계의 저가시장은 물론이고 고가시장까지 침투해 선진국과 가난한 나라의 일자리까지 빼앗는다.

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환율 저평가국의 수입품에 대한 과세를 비롯해 G20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을 통해 위안화 절상 압력을 계속 가하지만 절상은 3% 미만에 그쳤다. 이런 환율전쟁 속에서 원화 환율은 작년 12월 13일 달러당 1140원으로 8월 말 대비 4.5%가 급락했다. 엔화를 제외한 아시아 10개국 통화 중 원화가 가장 급변동했다. 우리의 주요 수출산업인 자동차 정보기술(IT) 전자 조선에서 중소기업은 경쟁력 하락과 매출 손실 증가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올해 성장률은 6.1%, 경상수지는 29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되고 고용도 증가한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체감경기와 실질고용, 특히 청년실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현 수준의 원화 환율에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중화학공업은 아직 대외경쟁력이 있어 수출은 늘겠지만 이들은 자본집약적 산업인 탓에 고용 증가는 미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섬유 생활용품 등 경공업 제품과 쌀을 제외한 곡물 등 노동집약적 저가 산업은 대내외 경쟁력이 없어 수출은커녕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고가 및 저가 산업이 다같이 경쟁력이 있도록 환율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고용이 늘어난다. 그런데도 일부 정재계 학계 인사는 고환율이 고물가를 부추겨 서민생활을 어렵게 한다고 질타한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을 넘어 1500원대까지 올라가자 고환율이 금융 패닉을 부른다며 보유 외환을 시장에 쏟고 환율을 내렸다. 이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자 미국 중국 일본에 고개를 숙이고 통화 스와프 계약까지 체결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고환율에 대한 똑같은 대응으로 IMF에 무릎을 꿇었다.

고환율로 외국상품이 고가로 수입되면 물가 상승 이전에 경쟁 내수제품 분야에선 생산과 고용이 증가하고, 저환율로 수입제품이 싸게 들어오면 가격 경쟁력이 없는 내수산업은 몰락한다. 물가 조절의 거시경제지표는 금리이지 환율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환율과 주가는 외국인 증권자금과 각종 투기자금이 좌우한다. 주가가 오르면 환율은 떨어지고 주가가 내리면 환율은 오르면서 서로 춤을 춘다. 외국인 투자자금에 천문학적인 주식과 환차익을 안겨주면서 그들의 배만 불려주는 대표적인 카지노 자본주의다. 작년 11월 11일 도이체은행은 주식시장 마감 10분 전에 2조 원의 주식을 대량 매도해 3000여억 원의 폭리를 챙겼다. 세계 어디에 이런 나라가 있는가.

한국 경제의 운명은 환율을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와 외국자본에 어떻게 규제를 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채규대 경제·노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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