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저커버그 죽이기’ MB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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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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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게임개발자 정덕영 씨(39)가 게임을 시장에 내놓지도 못한 사연이 지난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가 게임을 제작해 국내 앱스토어에 등록하기에 앞서 등급을 신청하면서 겪었던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격분했다. 그는 게임심의전용 공인인증서를 받기 위해 인증회사에 직접 찾아가야 했다. 절차가 까다로운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 회원 가입도 겨우 마쳤지만 구청에 가서 막혔다. 그가 입주한 오피스텔의 주차장 지붕이 불법건축물이라는 이유로 구청이 게임업체 등록을 거부했다.

▷구청 직원들은 그에게 “안됐다”며 “이사를 가라”고 권했다. 창업을 틀어막는 규제의 한 단면이다. 게임 등록과 주차장 지붕에 상관관계가 있을 줄 정 씨는 미처 몰랐다. 그가 지난해 미국 앱스토어에 게임을 등록할 때는 클릭 몇 번으로 끝냈다. 누리꾼과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훗날 성공한 미국의 개발자들처럼) 차고에서 게임을 만들다가는 잡혀가는 것 아니냐”는 댓글로 규제 실상을 비꼬았다. 게임위는 “불편한 점이 생긴 데 대해 유감”이라며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등급 분류를 민간자율로 할 수 있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이 잘못된 뒤 법 개정 타령은 관공서의 ‘18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라디오 연설에서 “페이스북을 창업한 미국의 마크 저커버그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열린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의적 벤처기업을 좌절하게 만드는 실핏줄 규제들이 살아있는 한 ‘한국판 저커버그’는 나오기 힘들다. 이 대통령이 ‘G20 세대’로 꼽은 박지영 컴투스 사장도 국내 게임 규제가 험난해 해외로 눈을 돌린 사례다.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세계 모바일 게임시장이 활짝 열렸지만 한국은 예외다. 게임을 사전 심의하고 게임 중독을 게임업계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애플과 구글은 사전 심의에 반발해 한국 계정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삭제했다. 일부 게임만 엔터테인먼트(오락) 항목에 등록된다. 2006년 제정된 게임산업진흥법은 진흥보다 규제 위주다.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는 게임산업이 국내에서는 숨쉬기도 힘들다는 현실을 대통령도 알아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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