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우물 안 서울대

  • Array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20세기가 전문화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다.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을 쓴 미시간주립대 로버트,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전문화가 가속하면서 지식이 파편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지식이 확장되고 있지만 학문 간 교류는 줄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종합적 이해력은 퇴보하고 있다는 견해다. 이런 자성(自省) 속에서 하버드대를 비롯한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학과와 전공의 벽을 허물어 학문 융합과 통섭(統攝)의 길로 나가고 있다.

▷지난 2년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초빙석좌교수로 재직했던 미국 뉴욕주립대 역사학과 김성복 석좌교수(78)가 서울대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대 교수들은 학문보다는 술이나 정치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개탄했다. 또 김 교수는 “교수들이 줄 세우기나 자리 보전 같은 눈앞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봉건적 할거주의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선거 때마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는 대학의 연구와 학생의 학업을 해치고 있다.

▷김 교수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소통 장애도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법대 건물에서 교수 연구실이 있는 층은 카드 열쇠가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학생은 교수와 사전 약속이 돼야만 교수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에 미국의 학부중심 대학(리버럴 아츠 칼리지) 교수들의 연구실은 항상 개방돼 있다. 학생들이 면담시간을 내지 못할 경우 교수들은 과제물에 대한 코멘트를 녹음해 오디오파일로 보내준다. 김 교수는 교수 평가항목 가운데 ‘연구’보다 ‘교육’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고 제안한다.

▷서울대는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을 모아 가르치는데도 세계 대학 랭킹에서 순위는 그리 높지 않다. 특히 전공 이기주의가 문제다. 1956년 갈라진 정치학과와 외교학과가 올해 정치외교학부로 통합되는 데 55년의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서울대는 전공 간 벽이 높다. 선거철에는 정치색에 따라 교수들의 편 가르기가 시작된다. 고려대 연세대 같은 사립대들도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대 법인화를 계기로 서울대가 한 걸음 도약하려면 김 교수의 충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