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혜진]“FTA 체결만 하면 뭐하나” 속 터지는 기업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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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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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겠다.” 본보가 최근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1주년’을 맞아 실제 현장에서 CEPA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印, 비자거부-관세부과 흔해, 정부 FTA 사후관리 제대로’ 보도 직후 나온 외교통상부 측 반응이다.

▶본보 6일자 B5면 참조
한국-인도 CEPA발효 1년… 현장 기업인들 불만고조


외교부는 6일 인도 현지에서의 CEPA 설명회 개최 성과 등 그간 외교부 차원에서 취한 다양한 조치를 담은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고 홈페이지에도 게재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기자에게는 기업 현장에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에도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내용의 e메일이 쇄도했다. 특히 한국과 인도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자전쟁’에 대한 기업 일선 현장의 애로사항은 더 심각했다. “한 글자가 틀렸다는 이유로 비자를 반려받은 적도 있다” “재무 담당자가 경영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는 사람부터 “양국 정부의 비자 신경전이 벌어지는 동안 인도 비자 발급 비용은 1만5000원에서 13만2000원까지 올랐다. 우리가 봉이냐” 같은 토로까지 그 내용도 다양했다.

인도에 기계부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인은 “원산지 증명서를 작성하려면 전문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데 관세 철폐로 인한 비용 절감보다 인건비가 더 비싸 혜택받는 것을 포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중소기업인 상당수가 이미 관련 정부기관이나 국회의원들에게 똑같은 내용의 e메일을 수차례 보냈지만 변변한 대답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3년에서야 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한국은 불과 8년 만에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동시에 FTA를 맺은 유일한 국가가 됐다. 그러나 정부가 홍보에 앞장서고 정치권은 한미 FTA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항을 정치 이슈화하는 데 골몰하는 동안 실제 FTA가 기업인들, 특히 중소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얼마나 관심을 쏟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FTA만 맺어 놓고 정작 기업 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비자 발급에 정부 자신이 걸림돌이 된다거나 구체적인 활용 방법을 몰라 앉은자리에서 손해를 감수하는 중소기업을 외면한다면 FTA의 화려한 성과들은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것이다. 새해 외교부는 중국, 일본과의 FTA도 추진해 FTA의 동북아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제는 ‘FTA 애프터서비스’에도 신경 써야 할 때다.

정혜진 경제부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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