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남성]原電산업, 시장요구 읽어라

  • Array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신문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아날로그 필름을 처음으로 개발하여 시장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코닥이 시장의 요구를 외면하다 한순간에 무너져 한물간 기업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듣는다는 내용이었다. 아날로그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의 추락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요구하는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다. 소니가 삼성에 정상의 자리를 내준 것도 아날로그 기술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한 결과였다.

세계적으로 크게 감지되는 흐름은 사회적으로 참여 거버넌스가 디지털 시대와 더불어 크게 확대되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가 국가의 중요 정책 결정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국가의 정책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 같은 통신 기술의 혁신으로 참여 거버넌스 흐름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에너지 산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 현재는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평가 절하한다. 하지만 미래의 에너지 시스템은 스마트폰 같은 통신 기술과 앙상블을 이루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인 소규모적이며 스마트 그리드,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친환경적인 기술로 이루어지는 분산형 전원 시스템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주목받는 에너지 기술이 원자력이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로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으나 안전성 문제와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 때문에 환경론자는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장은 에너지 산업의 트렌드를 반영하여 원전이 분산형 전원 역할을 해주기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이 소형이면서 안전성이 입증돼야 한다. 도심 한복판에 원전을 설치해도 주민이 위험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두 종류의 기술을 이런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첫째 기술은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이다. 지난 50여 년간 세계적으로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나 화재 문제에 대한 속 시원한 해법이 없어 아직도 실용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의 출현을 학수고대하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새로운 냉각재로 납-비스무트를 사용하는 또 다른 기술이 소듐 냉각재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돌파구가 된다는 판단에서 여러 국가가 이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은 많은 전문가와 정부가 여기에 거부감을 보여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PC의 출현을 경시하고 대형 컴퓨터로 버티려 했던 IBM이나 아날로그 기술에 집착했던 코닥과 같다.

주위 환경이 급변하는데 대응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경쟁력을 상실한다.

원전 수출 이후 지속적인 원자력 산업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이에 어떠한 기술로 대응해 나갈지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가만히 앉아서 시장의 요구와 변화를 무시하고 현실에 만족하는 대응자세로는 우리의 원전 산업이 비아냥거림을 받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안남성 우송대 솔브리지 국제경영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