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력 결집-안보 확립의 해 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이후 62년 동안 거듭되는 위기 속에서 희망을 꺾지 않고 피와 땀과 눈물로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일구어냈다. 2011년 새해에도 나라 안팎에서 거센 풍랑과 시련이 몰려올 것이다. 어느 시대나 국가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 무게에 짓눌려 쇠퇴의 길을 걷느냐, 아니면 이겨내고 자강자립(自强自立)의 길을 가느냐는 구성원들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통해 드러난 안보의 취약성은 ‘자주 국방’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3대 세습 체제를 공식 선언한 북한은 올해도 강도 높은 도발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자해(自害) 공갈단을 닮은 김정일 집단은 이제 핵 공격까지 들먹인다. 허를 찌르는 저들의 전술 전략으로 미루어 추가도발은 우리가 예측하기 힘든 방식과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올해 우리에게 부과된 가장 큰 과제는 대북(對北) 경각심과 안보의식을 높이고 안보의 틀을 빈틈없이 재구축하는 일이다.

북한이 완전한 핵무기를 보유하는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이 플루토늄 핵에 이어 우라늄 핵까지 보유하고 소형화해 실전용으로 배치한다면 대한민국은 존립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북한의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폭압체제에서 신음하는 2300만 동포를 구하기 위해서도 통일을 앞당기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2만 명을 넘어선 국내 정착 탈북자를 북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주력그룹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북 심리전에 박차를 가해 북한 주민이 바깥세상과 북한 체제의 실상에 눈뜨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는 2011년이 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원년(元年)이 될 수 있다.

로마제국이 오래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변경(邊境)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중심으로 국가안보를 탄탄히 하고 국경을 잘 방비했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은 내치(內治)에서도 탁월한 솜씨를 보여 다양한 민족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분쟁을 잘 수습했다. ‘질서가 없는 곳에는 자유도 없다’는 원칙 아래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는 치안 인프라를 확고히 다졌다. 국가안보와 내치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결코 분리할 수 없음을 로마사(史)에서 배울 수 있다.

정파(政派)마다 노선이 달라도 국가가 외부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는 함께 힘을 모아야 나라가 흥한다. 새해에는 대북 관계, 한미·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개헌 문제 등 정파 간에 첨예하게 대립할 이슈가 많다. 여기에다 2012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파 간에 전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화와 토론, 다수결 원칙과 소수 의견이 함께 존중되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바로 세워야만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

큰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양산될 조짐이 벌써부터 보인다. 국가 부채를 한없이 늘리는 선심(善心)정책이 마구잡이로 시행된다면 국가와 국민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할 수 없다면 유권자들이 냉철한 판단으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

국가 안팎의 난제들을 헤쳐 나가려면 5000만 국민의 단합된 힘을 끌어내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우선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뿌리내려야 한다. 위기 앞에서 지도층이 스스로 책임을 다하고 앞장서는 모습을 보일 때만 국민에게 고통분담과 협조를 호소할 수 있다. 지도층이 도덕적 해이에 빠진 국가나 사회는 영락없이 무너지고 만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실증해주고 있다.

국민 自重自愛와 통합으로 위기 돌파해야

지난해 우리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인 연간 6%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세계 7위에 올라섰고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달러를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도 성공리에 개최했다. 북한의 도발에 따른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경제가 선전(善戰)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한 계단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제전망이 녹록지만은 않다.

2011년은 1945년 태어난 해방둥이가 65세를 넘겨 노령인구로 편입되고 6·25전쟁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는 해다. 2000년 이후 지속돼온 저(低)출산 현상에다 고령화라는 난제가 우리를 기다린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절실한 과제다. 올해 7월 잠정 발효되는 한-EU FTA와 지난해 추가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를 잘 활용해 성장의 동력을 높여야 한다. FTA는 우리의 경제적 영토를 넓히는 일이며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확장하는 길이다.

우리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봤던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한 저력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각오와 단합된 지혜로 대처해 나간다면 새해 벽두의 불확실성을 생산적인 결실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모두가 자중자애(自重自愛)하며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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