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지원이 많은 분야일수록 낙후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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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8년 말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부도 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의 회생(回生)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성과가 적지 않았지만 지원받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했는지 의문이다. 경쟁력이 시원찮은 기업을 세금으로 무한정 지원하다 보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생겨 자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생력 있는 중소기업을 제도적으로 응원해야만 경제 활력이 커지고 좋은 일자리도 늘어난다.

우리나라는 농업에 천문학적인 지원 예산을 퍼부었으나 농업경쟁력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농업구조조정 목적으로 10년간 60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풀렸다. 저금리를 적용하거나 원금 탕감 방식으로도 지원했으나 농업구조조정 성과는 미미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할 무렵 119조 원이 넘는 농업지원 예산을 편성했지만 역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쟁력 향상보다는 보상이나 소득 지원 위주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달 15일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업무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정부 지원이 많은 분야일수록 낙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농업 분야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엄청난 돈을 지원해도 기술력과 상품성이 떨어지고 혁신이 없는 산업은 도태되고 마는 것이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제조업의 핵심’으로 불리며 각종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쓰러졌다가 막대한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다. 자생력이 약해진 미국 자동차산업이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도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지정해 대기업 투자를 제한했지만 해당 산업의 경쟁력만 해친 경험이 있다. 반도체 접착제의 경우 중기(中企) 고유업종으로 지정된 탓에 대기업이 투자하지 못하고 기술개발이 더뎌 지금은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한다. 이런 폐해 때문에 2007년 고유업종 제도 자체가 폐지됐다.

농업도 교육 및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키우면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농지 면적이 한국과 비슷하고 기후는 더 나쁜데도 기술·자본집약적 농업 투자로 세계 3위의 농업선진국이 됐다. 우리 농업도 정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타성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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