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 없이는 경제도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비해 우리 군이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 어제 국내 금융시장은 별로 충격을 받지 않았다. 코스피는 오전 한때 17일 종가(終價)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으나 막상 훈련이 시작된 뒤 회복세로 돌아서 6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원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해 달러당 원화 환율이 3원 가까이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증시에서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주식 매입을 늘린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 최악의 불가측(不可測) 불량정권인 김정일 집단과 대치하는 한국에서 ‘북한 리스크’가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발(發) 경제 충격을 과장하는 것은 금물이다. 올해 북한의 천안함 도발과 연평도 포격 후 국내 주가는 일시적으로 급락했지만 빠른 시일 안에 충격에서 벗어나 37개월여 만에 코스피 2,000 선을 넘었다. 1999년과 2002년의 1, 2차 연평해전,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1, 2차 핵실험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도 북한 리스크는 이미 반영돼 있다.

북한의 도발이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는 한 북한 변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에 제한적인 영향을 주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면전은 김정일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전쟁 위협이 일상화된 나라지만 경제는 큰 어려움 없이 돌아가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경제 불안을 핑계 삼아 거짓 평화를 구걸하고 단호한 응징을 회피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보와 경제는 모두 중요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국가와 국민의 존립 및 생명과 직결되는 안보가 먼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들은 어제 논평을 통해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은 주권국가로서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며 북한의 위협에 흔들림 없이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해 추가 도발을 강력히 응징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될 때까지는 투철하게 안보의식을 가져야만 경제도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 없이는 경제도 있을 수 없다.

김정일 집단은 평화가 깨지면 ‘잃을 것’이 많은 우리 사회에 불안 심리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흔들릴수록 저들의 도발은 거세질 것이다. 북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국민과 기업이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동요하지 말고 소비 투자 생산 등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북한 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취하고 생필품 사재기, 출고 조절, 담합 같은 시장 혼란행위를 단속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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