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러의 편들기가 北더 날뛰게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에 중국과 러시아 변수가 끼어들면서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인을 제거하는 공동의 노력이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이후 계속되는 무력 위협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억지 주장에서 시작됐다. 민간인까지 무차별로 공격한 반(反)인륜 범죄의 배후에는 6·25전쟁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유지돼온 NLL을 남쪽으로 밀어내려는 김정일 집단의 침략야욕이 자리 잡고 있다.

NLL은 역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우리 수역(水域)의 북쪽 경계선이다. NLL은 1953년 8월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확정됐다. 당시 유엔군은 한반도 주변의 바다와 섬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남북한의 중간 위치에 NLL을 만들어 한국군과 유엔군의 북상(北上)한계선으로 삼았다. 유엔군이 대폭 양보한 것이어서 북한도 반대하지 않았다.

북한은 1983년 남한에 수해(水害) 구호물자를 보내면서 NLL에서 북한 선박 호송권을 우리 측에 인계하는 등 여러 차례 NLL을 인정했다. 1992년 남한과 북한이 체결한 ‘남북 불가침 합의서’ 부속합의서 10조에 ‘해상 불가침 구역은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한 것도 북한이 NLL을 인정한 사례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이후 본격적인 NLL 무력화에 나섰다. 1차 연평해전 3개월 뒤인 1999년 9월 ‘서해해상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더니 2002년 6월 2차 연평해전을 도발했다. 김정일은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서해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해 공동 어로수역을 지정하자’고 합의했지만 이번 연평도 포격으로 위장 평화공세임이 드러났다.

북한의 도발과 억지를 감싸고 지지해온 나라가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은 북한의 천안함 도발 때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을 두둔했다. 안보리는 중국의 반대에 막혀 공격 주체인 북한을 적시하지 못한 채 천안함 공격을 비난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북한이 농축우라늄 시설을 공개한 뒤에도 두 나라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례적으로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비난했으나 중국은 단 한마디도 쓴소리를 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국이 연평도 해역에서 사격훈련을 하기로 하자 오히려 한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 영해에서 한국군이 벌이는 훈련을 놓고 다른 나라가 간섭하면 주권(主權) 침해가 되는 것을 두 나라도 잘 알 것이다. 우리 군은 연평도 해역에서 거의 매달 사격훈련을 해왔고 이번 훈련도 방어를 위한 통상적인 수준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도 군사훈련을 계속해 왔다. 중국은 특히 올 들어 대규모 해상 사격훈련과 육공(陸空) 합동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에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 대사를 부르고 성명을 발표해 훈련에 반대하는 외교적 간섭을 했다. 그러나 두 나라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제동을 걸고 편파적으로 대응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편들면 편들수록 북한을 더 날뛰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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