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짜 공화국’은 오래 지탱할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전면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시의회의 마찰 때문에 21조6000억 원 규모의 서울시 예산안이 처음으로 법정 기한인 17일 0시까지 처리되지 못했다. 서울시는 교육 관련 예산으로 비가 새는 교실환경 개선이나 방과후 학교 지원을 먼저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는 학생들의 ‘위화감 해소’를 위해 무조건 전면 무상급식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전과 울산도 시와 교육청, 시와 시의회 간의 대립으로 예산안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도와 충남도교육청은 무상급식을 합의했지만 16개 시군 가운데 천안시 공주시 등 7개 시군에선 예산 부담이 크다며 반발한다.

무상급식은 6·2지방선거에서 좌파 교육감들이 내세운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다. 지금도 소외된 계층의 학생들에게는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민주당 공약은 부잣집 아이들까지 공짜로 점심을 주자는 것이다. 학교에서 거저 점심을 준다고 하니까 중산층 이상 가정도 마다할 리 없다. 그래서 민주당은 전면 무상급식 공약으로 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보았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부잣집 아이들 점심값에 쓰고 나면 가난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교육예산이 줄어든다. 서민의 정당을 자임하는 민주당이 오히려 서민에게 해를 끼치는 셈이다. ‘생산적 복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성순 민주당 의원은 “무상급식 공약은 선거만을 겨냥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을 거부한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좌파진영은 어려운 계층의 자녀가 월 5만 원의 급식비를 지원받느라 가난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모멸감을 느끼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증명 과정에서 모멸감을 주지 않는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를 넘어선 나라에서 교육의 본질에 관한 논의는 사라지고 입만 열면 점심밥 타령이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표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정치꾼들의 다음 레퍼토리는 무상의료, 무상주거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런 공짜 포퓰리즘은 국민의 생산의욕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키며 국가재정을 파탄 낼 우려가 있다. ‘공짜 공화국’은 결코 오래 지탱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가 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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