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남궁영]‘에너지 안보’엔 문제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21세기 들어 에너지안보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명제의 하나로 부상했다. 에너지는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없이는 경제 발전은 물론이고 국민 생활의 안정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향후 에너지를 둘러싼 자원민족주의와 국제적 패권경쟁은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국제원유 가격은 2008년 7월에는 배럴당 147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를 석유공포에 빠뜨렸다. 이 같은 시장불안은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중국 인도 같은 신흥경제국에서 소비가 급증하고, 미국 같은 에너지 소비대국은 석유를 불균형적으로 대량 소비하는 석유중독에 걸렸다. 그리고 가격 안정판 역할을 하던 잉여 생산능력의 고갈도 원유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에너지 공급국들이 잇달아 석유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함으로써 에너지 유통이 ‘시장논리’가 아닌 ‘국가전략’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를 정치적 무기화한 산유국

에너지안보 문제는 1970년대 석유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주로 에너지의 공급 중단이나 부족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공급의 안정적인 확보 측면에서 제기됐다. 이후의 쟁점은 ‘공급안보’ 개념에서 ‘경제안보’의 개념으로 옮아갔다. 오늘날에는 ‘국가안보’의 총체적 위기상황까지 고려하는 종합적인 개념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에너지의 양적 확보이다. 기본적으로 에너지안보는 한 국가가 최적의 경제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양의 에너지를 차질 없이 확보할 수 있을 때 달성된다. 에너지 공급의 중요성은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위기를 거치면서 특히 강조됐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는 에너지 물량위기의 전형적인 사례로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아랍의 석유 금수조치로, 2차 오일쇼크는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인한 이란의 전면적인 석유 수출 중단으로 발생했다. 당시 에너지 소비국은 산유국의 소규모 공급물량 감축 통보만으로도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졌으며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둘째, 에너지 가격안보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기초한 에너지 공급은 소비국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필수이며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가격은 소비국의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 실례로 1차 오일쇼크 때는 원유가격이 약 4배로, 2차 오일쇼크 시에는 약 3배로 폭등하여 불과 6, 7년 만에 13배에 이르게 된 원유가격의 폭등은 세계경제를 엄청난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다.

셋째, 에너지 공급원의 신뢰성 확보이다. 신뢰할 수 없는 에너지 공급원에 의존할 경우 에너지 소비국은 에너지 공급에 대한 대가로 정책적 변화를 요구받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차 석유위기 당시 아랍 산유국들은 지속적인 석유공급의 대가로 소비국들에게 반(反)이스라엘 정책의 채택이라는 외교정책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런 측면에서 에너지 공급원의 신뢰성은 에너지안보의 주요 구성요소로서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리스크 회피가 절실하다.

한국은 높은 에너지 해외의존도, 에너지 다(多)소비형 산업구조, 대체에너지 부족 등 에너지 위기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높은 해외의존도는 한국의 에너지안보에서 가장 큰 문제이다. 세계 9위의 1차 에너지 소비국인 한국의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96%에 육박하고, 총수입 중 에너지 수입 비중 또한 33%에 이른다. 특히 석유 의존도는 41.6%로 매우 높아 해외로부터의 안정적인 석유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석유의 80% 이상을 중동지역에서 수입하면서 이 지역의 정치 경제적 불안요인이 한국의 에너지 사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 자주개발 40% 확보해야

한국의 미래는 안정된 에너지자원 확보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 수급 상황이 악화되고 에너지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에너지자원 확보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자원 개발을 통한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여 나가야 한다. 석유, 가스의 자주개발률이 2005년 4.1%에서 2009년에는 9.0%로 증가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 ‘2030년까지 에너지 자주개발률 40%’를 이루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에 대한 접근이 단순한 ‘외교’의 차원을 넘어 ‘안보’의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남궁영 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정치연구소장 youngnk@huf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