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롯데마트 ‘통큰치킨’의 개운찮은 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롯데마트는 한 마리에 5000원에 파는 튀김 닭 ‘통큰치킨’의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튀김 닭을 파는 동네 자영업자의 반발이 커지고 대기업이 영세상인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논란이 빚어지자 판매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중 가격의 절반에 치킨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은 갑작스러운 판매 중단으로 어리둥절하다.

‘통큰치킨’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트위터에 ‘통큰치킨’이 미끼상품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롯데마트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청와대에 부정적 기류가 흐르자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딱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유통업체의 판매 전략에까지 정부와 정치권이 일일이 간섭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통큰치킨’처럼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려는 상품은 앞으로도 또 나올 수 있다. 그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심판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가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이고 어디까지가 중소기업의 영역인지 구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2006년 대기업의 참여를 금지하는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폐지했다.

박봉에 시달리는 서민 가정에선 모처럼 값싼 치킨을 구매해 자녀들에게 실컷 먹이고 싶었을지 모른다. 이런 서민의 후생(厚生)도 외면해선 안 된다. 자영업자들의 생존권만 중시하고 소비자의 편익을 외면하는 것을 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값싼 상품을 공급하면 다수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유통업체는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통큰치킨’ 논란은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이다. 대기업 유통업체의 진출로 위축된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이 중요한가, 아니면 질 좋고 값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가 우선돼야 하는가의 문제다.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접점(接點)을 찾아보는 노력도 없이 ‘통큰치킨’이 단명(短命)한 것은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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