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허승호]게임이론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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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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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사태는 어떻게 흘러갈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럴 때는 게임이론의 분석틀이 꽤 유용하다.

이 표는 남북한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의 조합과 그에 따른 결과를 예시하고 있다. (북 강경, 남 온건)인 ②의 경우 손익은 (남 ―10, 북 10)이 된다. ① ② ③ ④ 중 이때 북의 이익(10)이 가장 크다. 다만 북은 ‘어떠한 경우에도 남은 온건 대응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야 이 선택을 할 수 있다. 만약 남도 강경 대응하면 ①조합이 돼 북도 큰 손해(―100)를 본다.

지금 북엔 안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남이 함께 강경노선을 걸어 군사충돌로 이어질 경우 가진 것 없는 북에 비해 남의 피해(―500)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남한 민주체제의 특성상 강경노선을 선택 및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도 북은 꿰뚫고 있다.

그 결과 북이 강경노선을 선점해 남에 ① ②의 선택만 남겨주고, 남은 어쩔 수 없이 ②를 택해왔다. 이를 맞으면서 바치는 ‘조공’(남)과 때리면서 받는 ‘조폭’(북)의 관계라 부르기도 한다.

올 들어 북은 천안함-우라늄 농축-연평 포격 도발로 ‘강경 외길’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조공-조폭’ 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는 남의 의중을 감지한 북이 예전 게임의 룰을 다시 굳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표의 ①은 ‘충돌은 국지전’이라고 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전면전을 뜻한다면 ①의 손익은 예컨대 (남 ―5000, 북 ―∞, 이를 ⓐ라 하자)로 바뀔 수 있다. 남측 피해도 10배로 커지지만 북의 피해는 그야말로 궤멸이다. 남북의 총체적 전쟁수행 능력을 고려할 때 북의 집권층은 자신의 생명까지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한다고 북이 바뀌지는 않는다.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허풍(Empty Threat)’으로 취급된다. 북에 허풍이 아니라는 믿음을 주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북이 ⓐ ④ 중 선택하도록 하려면?

첫째, 개성공단 철수다. 개성공단을 두고는 ‘백배천배 보복’을 아무리 외쳐봐야 결국 허풍이다. 천안함 때도 개성공단의 우리 국민은 사실 볼모였다.

둘째, 교전규칙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적의 도발이 있을 경우 ‘2배 또는 3배 이상 보복’을 의무화하되 현장지휘관 재량으로 응사수위를 낮추는 것을 금지 및 문책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30일 “현장지휘관의 재량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전규칙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천만에! 거꾸로 해야 북이 긴장한다. 그게 상식이며 또 게임이론의 가르침이다. 지금은 일선 군이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셋째, 북이 아파하는 대북심리전을 즉시 재개해야 한다.

넷째,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폐기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미 비핵화가 물 건너간 상황에 남만 여기에 묶여 있지 않은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렛대는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도 남이 ①선택을 안 하리라 보고 있다. 그래서 도발자를 주저앉히기보다는 피해자에게 무한인내를 강권하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주변정세 안정’을 최대 외교목표로 삼고 있는 중국도 달라진다. 중국은 미 항모의 서해 출현에조차 민감해 하지 않는가. 특히 한반도 비핵화 실패가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가장 염려하는 중국으로서는 북의 모험주의를 좌시하기 힘들다.

어찌 세상사가 일전불사와 평화구걸의 양자택일뿐일까. 또 게임이론으로 모든 게 설명될까. 북의 개방을 유도하고 남의 억제력을 키우는 등 다양한 전략적 조합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계속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것이다.

허승호 편집국 부국장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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