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와 軍‘연평도 대응’ 自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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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판단된다. 해병대 병사 2명 외에 민간인 2명이 추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천안함 폭침으로 젊은 수병 46명이 희생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평도가 다시 공격을 받았는데도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북한의 포격이 계속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 공군 전투기 8대가 현장에 발진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이 1차 도발 후 15분 만에 2차 도발을 시작했을 때도 K-9 자주포 6문으로만 대응했다.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전 국방부 장관)은 “2차 도발 때는 전투기 정밀 폭격으로 무자비한 보복을 했어야 한다”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질타했다. 북이 두 차례에 걸쳐 우리 쪽으로 170발을 쐈는데도 우리 군은 80발만 대응 사격한 점, 북의 1, 2차 포격 때 우리 군이 각각 13분이나 늦게 대응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5월 천안함 관련 대(對)국민담화에서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며,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추가 도발 때는 2∼3배로 응징하겠다” “발진 기지를 직접 타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첫 반응에 대해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천안함 폭침 직후 “침몰 원인을 예단해선 안 된다”고 말해 북의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 비중을 실었던 것을 연상시키는 발언이었다. 40분쯤 뒤 청와대 측은 “실무자의 실수였다”면서 “단호히 대응하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가 잘못 전달됐다고 수정했다. 그로부터 1시간 반쯤 뒤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말은 와전된 것이며 그런 말은 한 번도 없었다”로 다시 바뀌었다. 어제 국회에서 김 국방장관은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이 대통령의 말이 “있었다”고 했다가 “직접 듣지는 못했다”고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했다.

이 대통령은 연평도 사태 당일 오후 9시 반경 합참을 방문해서는 “다시는 도발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본다. 100번의 성명보다 행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군의 임무”라고 했다. 발언의 강도가 대폭 높아졌지만 ‘버스 떠난 뒤 손 흔들기’나 다름없다. 이때는 남북 양측의 포격 상황이 끝난 지 6시간 뒤였다. 대통령의 발언이 군의 대응작전에 혼선을 빚게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은 군사작전에 관해서는 합참의장의 지휘와 교전수칙에 맡기는 게 옳다. 연평도 도발 같은 국지적(局地的) 상황에서는 작전 매뉴얼에 따라 군이 적절히 대응하면 된다. 북한은 우리를 위축시키고 국지적 위협을 가하는 전략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정부가 ‘확전을 피해야 한다’는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군의 대응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물러 터진 대응으로는 또 다른 도발을 막을 수 없다.

기업인 생활을 오래 한 이 대통령은 확전이 가져올 경제적 타격부터 걱정했을 수도 있다. 연평도 사태 이튿날 주식과 외환시장에는 그다지 큰 동요가 없었다. 다행이지만 연평도 사태 같은 교전상황을 다루는 국군통수권자가 비즈니스 마인드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튼튼한 안보만이 경제의 안정과 번영을 지켜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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