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연평도’ 다음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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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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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그제 연평도 민간인 지역을 무차별 포격해 전범(戰犯) 짓을 저질렀다. 60년 전 남침해 동족상잔의 참극을 일으킨 아버지 김일성에 이은 2대째의 죄악이다. 연평도 도발은 김정은 세습 성공을 위한 북한 내부 결속과 한미 길들이기를 노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득이 실보다 많아 남는 장사가 되면 애송이 김정은도 자신감을 얻어 3대째 전범 짓을 할 공산이 크다. 이미 연평도 포격부터가 부자 공범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북이 3·26 천안함 폭침 만행에 이어, 자신들도 남한 땅으로 인정하는 연평도를 무력 공격한 것은 남남 갈등을 키워보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한국 내 친북좌파 세력은 연평도 피폭 상황을 TV 화면이나 보도 사진으로 생생히 본 직후라 당장은 북한을 나무라는 태도를 취하지만 금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쪽으로 표적을 바꿀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신호탄을 쏘았다. 그는 북의 도발이 시작된 지 17시간도 지나지 않아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결과를 정부는 똑똑히 봐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제1야당 민주당과 범좌파 세력도 MB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같은 대북 정책을 펴지 않기 때문에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 위험마저 커졌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전쟁은 싫다. 평화를!’ 같은 선동적 구호로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해 MB 정부를 궁지로 몰려 한다. 좌파 정치권은 이런 공세로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봤다.

北을 더 겁없게 만드는 南南분열

이들은 한반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 북한 핵이며, 북한이 핵개발에 결정적인 진전을 보인 시기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였음을 모른 척한다. DJ는 북에 햇볕을 쬐게 하면 외투를 벗을 것이라며 “이제 전쟁은 없다”고 했고, 노 정권도 이런 기조를 답습했지만 두 정권이 퍼준 돈은 핵과 미사일이 돼 우리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것이 두 좌파 정권 시절 ‘남북 밀월관계’의 중대한 결과다. 김정일 호전집단 수중에 핵을 쥐여준 사람들이 평화를 외치는 것은 참으로 이율배반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나마 북한 비핵화와 대북 지원을 연계하는 정책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 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쉽지 않음을 우리 국민은 지금 목격하고 있다. 중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림)을 걱정해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체제 존속을 돕고 있어 더욱 그렇다. 중국은 천안함 사태 때도 그랬지만 이번 연평도 상황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에 적극 동참하기보다는 북한의 퇴로를 열어주는 쪽에 설 것이다. 이런 구도 속에서 남한 내 친북·종북 세력과 반MB 세력까지 북을 엄호하는 상황이라 김정일 집단이 응징보복의 걱정을 별로 하지 않고 대남 도발을 거듭하는 형국이다.

천안함 폭침 이후 한중 간 1.5레벨(정부-민간의 중간 차원) 접촉을 해온 우리 측 인사들에게 중국 측은 북한 소행임을 사실상 인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우리는 누가 했다, 안 했다를 말한 적이 없다. 북한이 안 했다는 사람들은 한국인들 아니냐”고 되받는다.

북한은 남한이 퍼주지 않는다고 전쟁범죄까지 저지르는데, 남한 내에서 이를 비호하는 사람들이 계속 설치면 앞으로 북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보다 더한 짓도 할 우려가 커진다. 여당조차 친북세력과 북의 선전선동 협공을 견디지 못해 대북 유화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으니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남쪽을 만만하게 볼 만도 했다.

11·23 연평도 피폭에 관해 여러 전문가와 의견을 나누던 중 김학준 본보 고문한테서 지난달 나온 ‘게임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20년 가까이 북핵 협상 및 대북·대미 외교를 해왔던 이용준 말레이시아 대사가 쓴 ‘북핵 협상 20년의 허상과 진실, 그리고 그 이후’라는 부제의 책이었다.

무기력한 방어전략, 돌파구 없다

이 대사가 책의 끝부분 ‘미래를 위하여’ 항목에서 2200년 전의 제2차 포에니 전쟁을 소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의 침공을 받은 로마는 15년간 한니발을 몰아내지 못하고 번번이 참패했다. 그러나 전쟁이 16년째에 접어든 해 새로 취임한 로마군 총사령관 스키피오는 기존의 방어전략을 버리고 지중해를 건너 카르타고 본토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승기(勝機)를 잡는다. 그해 스키피오의 로마군은 카르타고의 자마평원에서 한니발군을 완파하고 승리를 얻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음미해볼 대목이다.

이 대사는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라는 우리 선조의 금언은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난관에 처한 남북한 양측이 공히 귀를 기울여야 할 귀중한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고 글을 맺었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동영상=폐허로 변해버린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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