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하태경]인권, 좌파의 독점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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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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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흔들기가 갈수록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조직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인권위원 3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3명은 모두 임기를 2, 3개월 남겨둔 상태라 그들의 행동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처음부터 의문을 품게 했다.

北인권 관심 홍진표 씨 내정되자

나아가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18일 내정된 홍진표 씨에 대한 좌파의 정치적 공격을 보면 인권 문제에 대한 좌파의 독선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잘 알 수 있다. 홍 내정자에 대해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홍 씨가 인권 문제와 전혀 무관한 인물이라는 말이다(경향신문 20일자 사설). 이 주장은 정말 사람을 아연실색하게 한다. 1980년대 열혈 운동권이었던 사람은 홍 씨가 얼마나 1980년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했는지 잘 안다. 그는 1983년 대학생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징집 당했다. 이후에도 세 차례 투옥된 바 있어 한국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던 시기를 일선에서 체험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사회의 권위주의 통치가 물러가고 민주정부가 자리 잡기 시작한 이후에는 세계 최악인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했다. 그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한국과 북한의 인권, 민주주의와 온몸으로 씨름했다. 이런 사람이 인권과 무관하다고 하면 한국사회에 인권과 유관한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좌파가 말하는 인권전문가의 기준은 무엇인가.

좌파가 말하는 두 번째 문제점은 홍 씨를 인권위원으로 내정한 것은 국가인권위를 북한인권위로 만들려는 음모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침소봉대의 극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 인권위는 철저히 북한 인권에 무관심했다. 이라크 동티모르 미얀마의 인권 문제는 거론하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외면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인권위 상임위원 세 사람 중에 북한 인권문제 전문가가 한 사람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넓혀왔다.

인권위 상임위원 세 사람 모두 북한 인권 전문가라면 국가인권위를 북한인권위로 만들려는 음모라는 주장도 타당할 수 있다. 홍 씨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은 북한인권과 별 관계가 없었다. 그들의 남은 임기도 이명박 정권 기간을 모두 넘기므로 현 정부가 인권위를 북한 인권만 다루는 기구로 만들려고 한다는 주장은 기우이거나 정치적 공격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북한 인권이 국가인권위 활동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은 국가인권위가 바람직한 균형을 찾아간다는 증거이다.

궤변 수준 정치적 공세 퍼부어

홍 씨가 인권위원이 되어서는 안 되는 세 번째 이유로는 홍 씨가 한국사회의 대결과 갈등을 부추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홍 씨가 참여한 뉴라이트운동을 문제 삼는 것이다. 뉴라이트운동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부정되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종북주의에 의해 심각히 오염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일단의 지식인들이 주창했다. 뉴라이트운동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뉴라이트운동이 대한민국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을 고양하고 종북주의에 쐐기를 박은 데 대해서는 좌파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국가인권위는 세계인권선언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 위에 서 있다. 이 가치는 좌우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좌파들의 국가인권위 비판을 보면 인권은 좌파들의 독점물이어야 한다는 독한 아집이 느껴진다. 홍 씨의 인권위원 내정을 반대하는 그들의 목소리에는 더더욱 그들의 독선이 두드러진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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