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에 법인화의 날개를 달아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유수 대학들의 교육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서울대는 다급한 상황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인 서울대를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키우려면 교육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이라는 굴레를 벗겨줘야 한다. 교과부로부터 독립을 해야 시시콜콜한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 교육 연구 재무경영 및 인력운용의 자율권을 갖고 획기적 개혁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교수들이 총장을 뽑는 직선제는 서울대의 개혁을 가로막는 암적 요소다. 세계 일류대학 중에 교수들의 인기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대학은 없다. 법인화를 하면 총장 직선제도 간선제로 바뀌어 총장이 포퓰리즘 대신 개혁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법인화는 서울대에 날개를 달아주는 발전전략인 셈이다. ‘마지막 직선제 총장’을 자임한 오연천 총장을 비롯해 서울대 구성원 스스로가 법인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서울대법인화법이 상정되지 못하면 법인화는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이론적으론 다음 달 9일까지가 법안심사 기간이지만 여야가 작년처럼 정쟁에 빠져 정기국회를 넘길 경우 내년부터 정치 바람을 타고 실종돼 버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서울대 법인화가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다른 국립대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한다. 그러나 좌파 교육학자들이 모델로 삼는 핀란드조차 지난해 국립대학 법인화법을 통과시키고 올 1월 시행에 들어갔다. 2006년 국립대에서 법인으로 전환한 싱가포르대는 교수들의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바꿔 교수사회 경쟁에 불을 댕겼다. 권위 있는 영국 더타임스 대학평가 순위에서 최근 4년간 53계단 상승한 KAIST의 발전상을 보더라도 법인화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KAIST는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하기 전 과학기술부 산하 특수법인이어서 교육부의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2004년 모든 국립대를 법인화한 일본에서 일부 지방 국립대가 경영난을 겪는 것을 보면 서울대처럼 여건이 갖춰진 대학부터 법인화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법인화로 등록금이 사립대학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일부 사무직원의 반발도 기득권층의 저항이라는 해석이 있다.

국민 세금으로 방만한 경영을 하기 십상인 국립대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인화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더타임스 평가에서 서울대는 작년 47위에서 올해 109위로 수직 하강했다. 경제규모 15위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에서 20위 안에 드는 대학이 하나도 없는 것은 국가의 수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