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피해 학생의 인권은 누가 지켜줄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청소년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장난 삼아 사람을 괴롭히고 상처를 주는 일탈 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중생들이 6세 남자 어린이를 발로 걷어차 폭행하고, 쓰러진 어린이를 보며 폭소를 터뜨리는 동영상이 최근 공개됐다. 태권도를 배우러 가는 길에 얼굴도 모르는 누나들에게 맞은 어린이는 앞니 2개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피해자 부모의 제보로 경찰에 붙잡힌 가해 학생은 “장난으로 그랬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10월에는 10대들이 대낮 길거리에서 어린이를 뒤에서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는 동영상이 유포됐다. 경찰조사 결과 2006년 당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이종격투기 흉내를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에게선 어떤 죄의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작년 11월에는 중학생 5명이 집을 나서던 노인의 얼굴에 음식물쓰레기를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심심해서 그랬다”고 태연히 말하고 끝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런 일들을 결손 가정에서 자란 몇몇 아이들의 예외적 일탈로 보기 어렵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소년 범죄자 가운데 중산층 출신 비율은 1998년 29%에서 2008년 37.7%로 크게 늘었다. 범죄에 연루되는 아이들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최근 전남 순천에서 여중생이 교실에서 50대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든 것도 인성교육의 부재(不在)가 빚은 학생폭력이다.

남의 가슴에 씻지 못할 상처를 입히고 자칫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행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최소한의 도덕심마저 잃어버린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스럽다.

청소년의 정신세계가 일그러지고 있는 현상은 한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질 인터넷 문화, 폭력적 미디어 환경, 부모 자식 사이의 소통 부재, 학교성적 지상주의, 사회의 무관심…. 교사와 부모 그리고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원인을 찾아내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 교육계의 관심은 폭력 행위를 저지른 학생을 바로잡는 것보다 학생 인권이나 체벌 금지 같은 일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 일부 청소년의 일탈행위로 인해 정신과 육체에 상처를 입고 학업에 지장을 받는 피해 학생의 인권은 누가 보호할 것인가. 시스템이 잘못됐다면 뜯어고치고, 일탈한 학생은 준엄하게 꾸짖고 혼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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