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서울교육청, 창의력올림피아드 지원은커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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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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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들은 참가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입식 공부에 시달린다고 들었는데 학생들이 이렇게 창의적일 줄 몰랐다.”

5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OM·Odyssey of The Mind) 때 한국의 경남 김해에서 온 중학생들이 2위를 차지하자 대회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OM은 과학적 창의력과 연극적 요소를 결합해 평가한다. 쓸 수 있는 돈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고물상 등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부품을 모으고, 무대 의상도 직접 천 조각을 잇고 꿰매서 만들어야 한다.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이 때문에 한 초등학교 교감은 “21세기 교육의 모델”이라고 평했다.

그런데 올해는 이 대회에 참여하는 한국 학생 수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국내 예선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한국창의력교육협회에서 대회 개최를 알리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무엇보다 민원이 너무 많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건 아니지만 학생들이 안전하게 (미국에) 다녀오면 좋은데 민원이 아주 많다”며 “게다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실시하지 않는데 국내 예선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자가 “어떤 사고가 있었냐”고 묻자 “기사로 나갈 만큼 큰 사고는 없었지만 아이를 걱정하는 민원이 지나치게 많았다. 책임지고 있는 처지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올해는 OM, 지난해는 성격이 비슷한 DI(Destination Imagination)에 다녀왔다. 대회 기간에 아이가 수영장에서 물을 먹거나 농구를 하다 다쳐 응급실에 다녀오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무사히 대회를 마쳤다. 오히려 ‘미국에서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사망자가 발생했으니 얼른 돌아오라’는 학교장 전화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아직 국내 예선이다. 미국에 학생들을 보낼 걱정에 미리 국내 대회부터 돕지 못하겠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교과부가 꼭 끼어야 한다는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다. OM 역시 어느 나라 정부하고도 관련이 없지만 현직 미국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심사위원을 자청할 정도로 공신력 높은 대회다. 잘되는 건 보고 배우는 게 교육이다.

옛말에 ‘보면 잊고, 들으면 기억하고, 참여하면 이해한다’고 했다. 그게 창의적 체험활동이 중요한 이유일 터다. 그런데도 그저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보고 듣는 것만 교육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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