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준규 검찰 ‘대물 검찰’ 닮지 말라

TV 드라마 ‘대물(大物)’에서 시골 검사 하도야(권상우 분)가 인기를 끌고 있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검사의 근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 검사는 부정축재 혐의를 캐기 위해 집권당 대표 조배호(박근형 분)를 시골 지청으로 연행해 지청장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그는 조 대표 측이 쳐놓은 뇌물 함정에 걸려 옷을 벗는다. 그는 검찰총장이 있는 대검 청사를 찾아가 울부짖으며 ‘검사윤리강령’을 외친다. “검사는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국법을 확립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정의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지키려는 정치세력, 권력에 약한 검찰 간부의 모습은 다소 과장돼 있지만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시청자들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썩은 거물 정치인을 추방하기 위해 애쓰는 젊은 검사를 보며 현실의 갈증을 달래는 것 같다. 드라마 속의 하 검사는 불의를 보고 외면하지 않는 검사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보여준다.

지금의 대한민국 검사들은 이 드라마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권력의 덫에 걸려 쫓겨나는 하도야처럼 순진해서야 어떻게 검사를 하나. 출세와 영화(榮華)를 위해서는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리는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지.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대다수 검사가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소금이 짠맛을 잃을 때 소금이 아니듯이 검사가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기개를 잃으면 이미 검사라고 할 수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민간인(정치인) 사찰’ 재수사 논란도 따지고 보면 검사정신 부족이 자초한 일이다. 검찰은 청와대 측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커넥션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축소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청와대 측의 차명(借名) 폰 지급,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보고서 내용을 담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 검찰의 뒤늦은 압수수색이 의심을 키웠다.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재수사를 요구하는 판이다.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은 청원경찰친목협의회에서 후원금을 받은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상당히 이례적이고 강도 높은 출발이지만 정치권의 압력을 얼마나 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다. 검찰이 수사 때마다 정치적 의혹과 불신에 휘말리는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고 수사 태도에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임기 8개월을 남겨둔 김준규 검찰총장은 검찰을 바로 세워놓고 당당하게 퇴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