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知事, 한국 평준화校보고도 감탄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일본의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지사가 대원외고와 서울과학고를 돌아보고 “충격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시모토 지사는 일본에서 문제교원 퇴출, 학력향상을 위한 성적 공개 등 공교육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는 한국 같은 엘리트 교육이 없고 한국 외고생 정도의 어학 실력을 갖춘 학생을 대학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교육에 대한 열정, 자유로운 커리큘럼, 글로벌 인재육성이라는 목표가 한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외국 인사들이 한국의 교육을 칭찬할 때마다 우리는 당혹스럽다. 하시모토 지사가 방문한 외고와 과학고는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하는 학교다. 그가 한국의 평준화 학교를 자세히 들여다보고서도 과연 극찬을 했을지 의문이다. 평준화 학교에서는 많은 학생이 수업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잔다.

하시모토 지사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교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열정과 추진력을 오사카 교육에도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니카니시 마사토 교육장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오사카의 학생 성적이 바닥권이어서 서울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2013학년도 이전에 외고 정원을 대폭 줄여 자율고나 일반고로 전환시키고, 우수학생들이 몰리던 자립형사립고도 자율고로 바꾸는 줄 알았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곽 교육감은 외고와 자율고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평준화 학교의 공교육은 개선의 기미가 별로 없다.

교육당국은 외국에서 감탄하며 배우고 싶어 하는 교육모델이 외고와 과학고 같은 수월성 교육임을 더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평준화의 틀 안에서 공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핵심 글로벌 인재를 기르기 위해선 상위 20% 정도의 학생을 위한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포퓰리즘에 휘말려 엘리트 교육을 소홀히 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면 나라의 밝은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내 아이를 우수하게 가르치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의 교육열,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은 우리의 강점이다. 이를 부정하는 풍조가 확산되다 보면 미국과 일본이 한국 교육을 부러워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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