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영균]“원전 반대꾼들, 4대강 반대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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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2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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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입구의 고리스포츠문화센터 대강당에서는 지역주민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바로 옆 건물인 전시관의 원자력발전 원리를 보여주는 모형 앞에는 견학 나온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여 있었다. 불과 몇백 m 떨어진 곳에서 방사능물질이 들어있는 원전이 돌아가고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여유로운 모습이다.

원전 주변 주민들 평화롭게 산다

몇 년 전만 해도 원전은 평화의 상징물이 아니었다. 국내든 외국이든 원전에서 무슨 사고라도 발생하거나 가동 중단이라도 되면 반핵운동단체들은 원전 건설 중단을 외쳤다. 2003년 전북 부안에서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을 유치하려던 군수가 폭행을 당했다. 이른바 반핵단체들이 원전에서 곧 사고가 날 것처럼 떠들고 다녔으니 원전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했을지 짐작이 간다.

작년 말 한국이 아랍에미리트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한 이후에는 반핵운동단체들의 원전 반대운동이 힘을 잃고 있다. 원전이 안전하지 못하다거나 원전 건설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원전이 사고 없이 잘 돌아가는 동안에는 적어도 반핵운동단체들이 설 땅은 없어 보인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될 원전과 똑같은 신고리 한국형 원전이 고리 원전단지 안에 한창 건설 중이지만 시비를 거는 반핵단체는 없다.

반핵단체들의 퇴조는 자초한 것이다. 핵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 폭력저지투쟁을 벌이면서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문제 삼지 않았다. 방폐장 반대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이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에게 쫓겨난 것도 이념화된 반핵운동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원전 인근 지역에서 무뇌아가 나왔다든가 하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주민들은 믿지 않게 된 것이다.

반핵단체들이 설 땅을 잃게 된 근본 이유는 원전 안전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원자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수영과 헬스를 할 정도로 주민들은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원전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전 운전을 하는 기술자를 원전 조종사라고 부른다. 비행기보다 훨씬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원전 운전은 비행기 조종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10명의 조종사가 작업하는 조종실은 마치 커다란 비행기나 선박의 조종실을 옮겨놓은 것처럼 계기반이 가득하다. 보통 다른 공장에서는 4조 3교대 방식이지만 원전에서는 안전을 위해 6조 3교대 방식이다. 안전을 최우선시한 원전 운전은 반핵 시위대를 이기는 요인도 됐다.

안전한 원전처럼 ‘맑은 물’도 보여줘야


원전 건설을 반대하던 반핵운동단체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2003년 방폐장 반대가 극성일 때 그들을 봤던 고리 주민들은 그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러 갔다고 말한다. 종교계나 시민사회단체 대표를 자처하면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상당수가 몇 해 전에 원전 반대를 부르짖던 이들이다.

만약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에서 조그만 사고라도 발생했다면 원전 반대꾼들은 아랍에미리트까지 달려가 한국 원전이 위험하다고 소리쳤을지 모른다. 그들은 지금 4대강 사업장에서 강물이 오염된 사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이들은 배추값이 오르면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우기다가 배추값이 내리면 먼 산을 쳐다볼지언정 자신들이 틀렸다고는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4대강 사업이 원전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물의 오염을 막고 더 맑은 물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외국에서 원전을 사러올 뿐 아니라 치수사업 성공모델을 배우러 올지도 모른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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