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지현]실체 없는 ‘이슬람 공포증’ 확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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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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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람들은 공산당원들과 같습니다. 노동시장 인력으로 들어와서 나라를 말살시키는 그들에게 속지 마세요.” 이슬람 이민자 때문에 한국 사회가 몰락할 수 있다는 반(反)다문화 움직임에 대한 기사가 나간 19일 오전 기자는 여러 통의 e메일을 받았다. “불법 체류자 17만 명이 서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정부는 노동력 부족과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 대신 다문화를 강요하고 있다”는 등 다문화사회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내용이 많았다. 기사 아래 달린 댓글들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이슬람 공포증’의 근거로 2005년 한국이슬람연맹이 펴냈다는 ‘한국 이슬람 50년사’란 책을 들었다. 이 책에는 이슬람교를 한국에 빠르게 퍼뜨리기 위해 ‘한국 여성들과 적극적으로 결혼할 것’, ‘최대한 많은 자녀를 낳아 무슬림 수를 늘려 갈 것’ 등 포교 지시사항이 적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 이슬람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한국이슬람연맹’이란 조직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고, 책은 한국이슬람중앙회가 발행한 것이다. 손주영 전 한국이슬람학회장(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교수)은 “2005년 국내 이슬람 전교 50주년 행사를 직접 치렀지만 당시 발간됐던 기념서나 팸플릿 어디에도 이 같은 자극적인 내용은 없다”며 “마치 타블로 학력 위조사건이나 광우병 사태를 몰아가듯 잘못된 사실을 자꾸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문화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반다문화주의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산하 다문화·인권안전센터 김이선 소장은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몽골 출신 결혼이민자가 경기도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는 전화를 받고 적잖이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다문화라는 큰 키워드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다문화정책이 일자리나 정치권력 등 기득권과 연결되면 배타적인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은 최근 선거에서 “이슬람 이민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위협”이라는 주장을 펴 상당한 표심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다문화주의자들은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극우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며 ‘이슬람 차별’에 동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 시민 수천 명은 4일 스웨덴민주당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정상적인 시민이라면 ‘달라도 다 함께’라는 다문화 정신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이들은 간과하고 있다.

김지현 사회부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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