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중국 ‘官報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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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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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중(韓中) 고위언론인 포럼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중국 기자들의 발언은 거의 ‘관보(官報)의 합창’이었다. 중국 기자들은 “현재까지 북한의 소행이라는 완벽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의 한 간부는 “한국군이 냉전 시기에 설치한 기뢰를 꽃게잡이 어선들이 건드려 부유했고, 이 기뢰가 터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터넷 괴담을 그대로 옮겼다. 중국 언론인들의 발언은 중국 정부의 방침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토론에 참석한 한국 언론인들은 사회주의 국영 언론의 한계를 절감했다.

▷마오쩌둥 비서 출신의 전 공산당 간부, 전 런민일보 사장, 전 신화통신 부사장 등 언론 관련 인사 23명이 마침내 언론출판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해외 인터넷에 올린 서한에서 “1982년 중국 헌법이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시위의 자유를 규정했지만 지난 28년간 시행된 바 없다”고 했다. 중국의 반체제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 씨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지식인들이 비록 소수지만 양심의 소리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수차례 역설한 정치개혁 요구도 정부가 보도를 막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국 권력층 내부에도 다른 의견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미국 프리덤하우스의 올해 언론자유 평가에서 중국은 196개국 중 181위로 ‘자유롭지 않은 나라’에 속한다(꼴찌는 북한이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터졌을 때 정부 압력으로 중국 언론이 2주일 이상 보도를 못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국제사회의 비난 이후 조금 달라지는 듯했지만 올 초 인터넷 검열을 둘러싼 ‘구글 파동’에서 드러난 것처럼 중국의 언론통제는 여전하다.

▷언론통제 사회에선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가 불가능하다는 치명적 맹점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짝퉁과 모방에는 강해도 혁신적 테크놀로지를 내놓기 힘들고, 따라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고 공론(公論)의 장을 펴는 언론자유는 민주사회의 바로미터다. 어느 나라에서건 언론 자유 없이는 민주주의도, 지속가능한 번영도 어렵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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