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윤서]서울교육청 ‘부조리 신고센터’ 조용히 사라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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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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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시설공사, 수학여행 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던 올해 2월 서울시교육청은 비리 제보를 강화하기 위해 ‘부조리 신고센터’를 만들었다. 비리 신고자에게는 최대 1억 원의 포상금도 내걸었다. 내부 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센터장으로 검찰청, 감사원 출신의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복안도 세웠다.

그로부터 반년이 조금 지난 9월 신고센터는 다른 사무실로 바뀌었다. 소리 소문도 없이 문을 닫은 것이다. 간판을 내리기 전까지 신고센터가 처리한 신고 건수는 모두 44건으로 한 달에 평균 6건 정도의 제보를 받았다. 그나마 내부 신고 건수는 11건에 불과했다. 외부 인사를 신고센터장에 앉힌다는 계획도 교육감 선거를 지나며 유야무야 잊혀졌다. 결국 문을 닫는 순간까지 신고센터장은 임명되지 않았다.

7월 취임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신고센터를 폐지하는 대신 ‘교육비리 공익제보 콜센터’를 설치했다. 이후 제보 전화는 교육감비서실에서 받고 있다. 비서실 관계자는 “교육감이 직접 ‘워치도그(감시자)’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내부 고발자를 확실히 보호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콜센터 운영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걸려온 전화 가운데 의미 있는 신고로 받아들여진 것은 7건이다. 비리 관련 신고는 거의 없고 대부분 부당한 처분을 받은 교사나 학부모의 민원이었다. 폐지된 신고센터와 실적에서 차이가 없다.

콜센터와 신고센터 이전에도 서울시교육청은 ‘클린신고센터’를 운영했다. 제보 담당 부서의 명칭이 바뀔 때마다 운영 방침도 조금씩 개선됐지만 “효과가 나타났다”는 얘기는 나온 적이 없다. 비리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교육계의 특성 탓도 있겠지만 제보에만 의존하는 비리 척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기본적인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주장의 핵심은 교육청 감사실의 독립과 권한 확대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감사실에서 학교에 감사를 나가도 학교에서 주는 자료만 볼 수밖에 없다”며 “고발 이전에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한 권한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교육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1일 열린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4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몸통이 사라졌다고 비리 관행까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16개 시도 교육 수장들은 제보 수단 개선 외에 구체적인 비리 근절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교육비리 척결’을 외치며 당선된 교육감들인 만큼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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